「무패의 3위」한국 축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한국의 축구는 제10회「아시아」청소년 축구대회를 통해 다시한번 몸부림을 해야한다는것을 선물로 받았다. 그것은 3위를 했다는 기대이하의 전적에서 오는 결과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우리축구의 전통, 즉 「파이팅」을 잃어 기술도 「파이팅」도 아닌 얼버무린 상태에서 우승의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대회기간 우리국민들은 재건된 우리축구의 참모습을 보기위해 매일 같이 「스탠드」를 메웠다. 물론 우리축구에 대한 막연한 사랑도 있었지만 과거의 전통으로봐 힘있게 싸우면 오랜만에 소망의 우승을 획득할수 있었기에 부푼 기대를 갖고 성원한 것이다.
특히 「홈·그라운드」의 이점, 잘짜인 대진표는 그기대를 더짙게 했다. 그러나 「파이팅」을 생명으로 하는 우리축구는 다 이긴 「버마」와의 「게임」을 전의상실로 자포자기, 끝내는 1-1로 비겨 추첨패로 국민들의 기대를 순식간에 깨뜨렸다.
이런 천재일우의 기회는 우리가 다시 대회를 개최하지 않는한 결코 올수없는 기회이기에 국민들의 아쉬움과 분함은 말할것도없는 것이며 이때문에 우리축구의 발전은 최소한 3년의 정체를 면치못하게 됐다.
대회전반을 보면 우승의 판가름은 한국·「이스라엘」·「버마」의 3파전이었다. 비록 「말레이지아」가 준우승을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행운의 덕이고 우승한 「버마」와 공동3위인 한·「이스라엘」은 서로 한번도 지지않음으로써 실질적인 「아시아」의 최강임을 나타냈다. 우리가 허탈상태에 있으면서도 자위할수 있는것은 오직 이 사실뿐.
그러나 「스코어」로만 우리가 지지 않았지 각종기록을 통해본다면 우리의 3위획득은 오히려 당연타고 하겠다. 「버마」는 득점율 1할8푼9리로 최고이며 획득한 「골」수도 23개로 제일 많고, 실점도 2개로서 「골」득실차는 21개. 「이스라엘」은 득점율 1할4푼으로 획득「골」 16개, 잃은「골」 2개로 득실차는 14개. 모든것이 최소한 2위는 된다.
한국은 득점율 1할3푼으로 얻은「골」 17개, 잃은「골」 4개로 득실차는 13개. 그런데 4개의 잃은「골」중 3개가 「홍콩」 태국 「필리핀」등 약한「팀」에 잃은 것이라 얼마나 우리의 수비가 허약한가를 쉽게 알수있다.
공격면에서도 우리의 약점은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이스라엘」「버마」가 예리한 「롱슛」「터닝·슛」 그리고 결정적인「찬스」에서 득점율이 높은반면 우리는 우격다짐으로 「꼴」을 얻는데 불과했다.
이는 기초기술의 부족, 「스피드」부족, 신장의 열세를 그대로 나타내는 것으로서 우리축구의 근대화를 위해 하루속히 시정돼야할 문제이다.
한편 「이스라엘」「버마」 인도 같은 「팀」들의 서구화한 「게임」운영은 아직도 힘의 축구인 우리에게 어떤 암시를 주고 있다. 물론 이 「힘의 축구」가 모자라 「버마」에 추첨으로 진것도 사실이지만 언젠가는 「스피드」있는 이들의 「게임」운영을 우리도 뒤쫓지 않으면 낙후된다는것을 절실히 느끼게 하고있다.
「힘」도 아니고 「기술」도 아닌 우리의 축구. 이 갈림길에서 하루속히 벗어나야만 우리축구의 진로는 틔는것이며 가까운 시일안에 「아시아」의 왕좌임을 다시 자부할수 있을 것이다. <이근량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