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2곳 삼킨 광풍 … 어린이 피해 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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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간) 대형 토네이도가 휩쓸고 지나간 미국 오클라호마주 무어시의 브라이어우드 초등학교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건물 밖으로 대피하고 있다. [무어 AP=뉴시스]

20일 오후 2시40분(현지시간) 미국 오클라호마 남서부의 중소 도시 무어. 요란한 토네이도 경보가 울렸다. 주민 제임스 루싱은 의붓아들 에이든(5)이 다니는 플라자타워스 초등학교를 향해 달렸다. 오클라호마주는 텍사스 북부에서 캔자스를 거쳐 사우스다코타로 이어지는 ‘토네이도 앨리(골목)’에 속한다. 미국에서 토네이도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지역 중 하나다.

학교 건너편에 사는 루싱은 학교가 집보단 안전할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토네이도는 바로 학교를 향했다. “학교에 도착한 지 2분 만에 건물이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그는 AP통신에 말했다. 구조대는 초등학교 건물 잔해 속을 수색 중이다. 화장실에 대피한 어린이 상당수가 구조됐지만 실종자가 수십 명에 달한다. 무어시 외곽 브라이어우드 초등학교도 피해를 봤다. 지붕 위로 자동차가 날아와 천장이 무너져 내렸고 학교 건물은 주저앉았다.

 폭 3.2㎞, 시속 320㎞의 바람을 동반한 토네이도는 무어시를 40분간 할퀴고 지나갔다. 초등학교 2곳과 여러 마을이 원자폭탄이 떨어진 듯 초토화됐다. 21일 현재 사망자는 최소 24명이다. 이 중 상당수는 플라자타워스 초등학교 학생 7명을 포함한 어린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240명 이상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부상자 중 수십 명은 위독해 사망자는 늘어날 전망이다.

 무어시는 1999년 역대 최고 위력의 시속 486㎞ 토네이도가 강타해 44명이 숨진 곳이다. 당시 피해액이 1조 달러에 달했다. 주민들은 98년 이래 네 번째 대형 토네이도를 견뎌내고 있다. 이번 토네이도는 1차 경보가 울린 지 16분 만에 무어시를 삼켰다. 초등학교 두 곳은 토네이도 진로 한가운데 있어 피해가 컸다. 오클라호마시 경찰국의 게리 나이트는 “동네 몇 곳이 납작하게 가라앉은 듯 사라져 버렸다”고 말했다. 보석상을 하는 글렌 르위스 무어 시장도 “내 눈앞에서 점포가 날아갔다”고 했다. 최소 수백 명이 집을 잃고 교회 등 임시 거처에서 밤을 지새웠다.

 지난 16일 미국 텍사스 북부 그랜베리에서 처음 발생한 토네이도는 북동쪽으로 이동하며 피해 규모를 키웠다. 19일에만 중서부에서 24회의 토네이도가 발생했다. 미 기상청은 이번 토네이도를 가장 센 등급 바로 밑인 후지타4(EF4) 등급으로 추정했다. 전체 토네이도 중 1%만이 이 정도의 위력을 갖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일 오클라호마주 일대를 대형 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연방정부의 지원을 지시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토네이도는 695명이 숨진 1925년 미주리 토네이도다. 2년 전인 2011년에도 미주리 조플린에서 토네이도가 발생, 161명이 목숨을 잃었다. 

전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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