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6시간…다진 결속|박·존슨회담 결산|한국방위에 확고한 보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호놀룰루」한·미 정상회담은「1·21사태」이후에 빚어진 두 나라 조야의 견해차와 오해를 풀어서 서울과「워싱턴」간의 긴밀한 협조체제를 굳게 재확인했다.
박정희 대통령과「존슨」미국대통령은 17일(한국시간18일)약6시간에 걸친 두 차례의 정상회담을 끝내고 ①한국 안보문제 ②월남전 해결방안 ③「아시아」·태평양지역의 안보 등에 관한 4개항의 공동성명을 발표, 「호놀룰루」회담을 결산했다.
이번 회담의 초점이었던 한국안보문제에 관해 박대통령은「존슨」대통령으로부터 북괴의 무력도발을 막기 위한 한국방위의 확실한 보장을 받았다.
양국 원수는 공동성명을 통해『한국에 대한 북괴의 더 이상의 침략행위는 평화에 관한 중대한 위험이 될 것』임을 선언하고『양국정부는 북괴도발이 있을 경우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이에 대처할 행동을「즉각 결정」할 것 』을 다짐했다.
이점은「즉각 자동출병」을 바라온 한국 측으로서는 다소 미흡한 감이 있지만 박 대통령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고 지난번「사이러스·밴스」특사 내한 때의「2·15」한·미 공동성명 때의「즉각 협의」보다는 분명히 진전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호놀룰루」회담의 또 다른 성과로 지적될 수 있는 것은『양국원수가 한국의 안보 강화가 한국뿐 아니라「아시아」지역전반의 안전을 위해서도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한 사실이다. 두 나라 대통령은 이와 관련, 한국의 대 간첩작전 계획을 강화하기 위한 미국의 군 원문제도 검토, 오는5월「워싱턴」에서 국방각료회담을 열기로 합의. 한국군현대화를 위한 문제를 구체적으로 다루기로 했다.
월남문제와 관련하여「호놀룰루」정상회담은 미국의대「아시아」정책에 관한 한국의 입장 이 어느 정도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정부는 월남전 협상의 진전에 관하여 한국 및 다른 참전국들과 계속 충분히 협의하고 화전양면의 정책을 계속 추구하면서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되더라도 1966년「마닐라」선언 및 1967년의 참전국외상회의 선언에 입각해서 월남전 해결에 참전국들이 참여한다는 것을 다짐한 것은 이를 뒷받침 해준다.
이런 여러 관점에서「호놀룰루」회담은 ①북괴의 도발을 막기 위한 한국국방력증강에 어느 정도 확고한 보장을 받을 것인가 ②미국 다음으로 많은 군대를 보낸 한국이 월남전 해결에 있어 얼마만큼의 발언권을 존중받을 수 있을까하는 한국 민의 궁금증을 풀어주었을 뿐 아니라 월남협상에서 공산 측에 유화적 태도로 임하고 궁극적으로는 「아시아」안보에 대한 공약을 소홀히 하지 않을까 하는「아시아」자유국가의 기우도 풀어주었다는 점에서 상당한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당초 우리 정부가 기대했던 한·미 상호방위조약 개정문제와 상당한 신빙성을 지녔던 한국군의 월남 증파 문제 등에 관해 한마디도 언급이 없었다는 것은 주목을 끈다.「뉴오크·타임즈」가「호놀룰루」회담에서 한국군 월남 증파 문제가 논의됐을 것이라는 19일의 보도는 앞으로의 문젯점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공동성명이 요긴한 몇 대목에서 추상 적인 표현에 그친 점으로 보아 공동성명내용 이외에 다른 구체적인 합의가 있었을 것 이라는 일부 견해를 뒷받침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밖에「존슨」대통령이 박대통령과의 공식일정을 끝내고「호놀룰루」한국총영사관에서 베풀어진「리셉션」에 참석, 「아시아」 의 새 질서 창조에 있어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내용의 연설까지 했다는 사실은 미국이 이번 정상회담을 의례적인「설득행각」만이 아닌「이퀄·파트너」로서의 한국의 입장과 견해를 존중했다는 표시로 풀이될 수 있다. 【호놀룰루=이억순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