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가 국산차에 긍정적 영향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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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 오늘날 메르세데스 벤츠를 있게 한 비결이자 1백10여년간 이어져온 창업정신이다.

벤츠의 공식 수입판매 업체인 한성자동차의 김성기(金聖棋) 사장은 “최고의 기술과 안전성·편안함을 추구해온 벤츠는 항상 고객을 먼저 생각하는 기업임을 강조해 왔다”고 말한다. 하지만 1985년부터 17년째 한성자동차 대표직을 맡아온 그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1997년 말부터 시작된 IMF 경제위기와 그로 인한 원화가치 폭락으로 판매가 급감했던 것. 무엇보다 당시 수입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사회적 위화감으로 그간의 성과가 한순간에 무너질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러나 올들어 가시화되고 있는 경기회복과 월드컵을 앞둔 상반기 특소세 인하 등으로 올해 판매 목표를 지난해보다 40% 늘어난 1천7백대 정도로 잡고 있다.

金사장은 “우리는 더욱 더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펴나갈 것”이라고 말한다. 우선 올해를 ‘고객 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해’로 정하고 판매·정비·홍보 등 모든 기업 활동에 고객 참여를 적극 유도할 작정이다.

예컨대 고객들을 AS 서비스 센터 오픈하우스에 초청해 차량정비 과정을 직접 보여주는 한편 신차 발표회를 비롯해 전시장 오픈행사 및 고객 시승행사 등도 적극적으로 벌여 왔다. 이미 지난번 포르셰 전시장 개장 및 벤츠 뉴 M클래스의 신차 발표회 당시 고객들을 초청해 새로운 모델을 직접 시승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또 정경화 바이올린 리사이틀 및 알라냐&게오르규 듀오 콘서트 등 다양한 문화 행사와 골프대회 등 다채로운 이벤트도 추진 중이다.

金사장의 직원 전문화를 향한 열정은 남다르다. 국내 최초의 외제차 공식 수입업체인 한성자동차는 특히 정비센터에서 근무 중인 요원들을 독일 본사에서 교육받게 하거나 일본·홍콩·싱가포르 등지에 위탁교육을 시키고 있다.

그뿐 아니라 한국을 방문하는 독일 기술자들로부터도 직접 교육받도록 해 직원 모두에게 벤츠 전문가라는 자부심을 각인시켜주고 있다. 金사장 자신도 예외가 아니다. 매년 2, 3회씩 독일에서 개최되는 세미나 등에 직접 참석해 신기술에 대한 감각이 녹슬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金사장은 수입차가 국산 자동차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한다. 그간 폐쇄된 시장에 안주해온 국내 자동차업계에 안전도·편의장비 등에서 한단계 앞선 기술력을 보여줌으로써 국산차가 세계적으로 도약할 수 있는 자극을 주고 자동차 산업 전반에 걸쳐 세계적 안목을 키우게 해준다는 것.

최근 현대자동차의 싼타페와 EF 소나타, 기아자동차의 카니발이 미국내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 중형 다목적차량(SUV) 및 중형 승용차·미니밴 부문에서 각각 1위를 차지한 것도 이같은 자극이 가져다준 성과일지 모른다.

수입차 하면 값이 비싼 것부터 생각나게 마련이지만 최근 들어 비슷한 가격대의 국산차와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을 정도의 다양한 차종과 가격대의 제품들이 나오고 있다. 그 한 예가 바로 한성자동차가 얼마 전 수입차 업계 최초로 발표한 디젤엔진 장착 4륜구동 SUV인 ‘뉴 M클래스’ 시리즈다.

金사장은 “최근 주 5일 근무제가 확산되고 ‘나만의 차’라는 개념이 확산되면서 최고의 역동성과 안전성을 겸비한 ‘뉴 M클래스’ SUV 모델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이 뜨겁다”고 말한다. 온 로드와 오프 로드에서 모두 성능이 탁월한 뉴 M클래스는 최근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는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만족시키기 위해 벤츠가 내놓은 야심적인 모델로 가격대는 6천9백만원부터다.

특히 벤츠는 얼마 전 수입차 중 최초로 CDI(Common-rail Direct Injection) 디젤엔진을 장착한 SUV 차량을 선보였다. CDI 디젤엔진은 각종 유해가스 배출 감소 및 높은 연비와 성능 향상으로 디젤엔진에 대한 기존 관념을 송두리째 바꾼 신기술.

벤츠는 이미 세계 최초의 디젤엔진을 개발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뉴 M클래스의 ML270 CDI와 ML400 CDI를 통해 SUV 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金사장은 최근 일부 언론에 보도된 내년 1월 1일 ‘벤츠 코리아’ 한국법인 설립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 것도 확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는 현재 다임러크라이슬러 본사측과 계속 협의를 진행 중이며 경영권 등 구체적인 사항도 현재 협의 중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한국의 글로벌 스탠더드 수용과 관련해 그는 뼈있는 말을 했다. “지금은 분명 세계화가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시대다.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기준, 우리에게만 맞는 가치관에 안주하려는 것은 우물안 개구리의 자기 도취에 불과하다.” 17년간 세계 최고의 자동차 판매라는 한우물을 파온 金사장의 말이다.

출처:강 태 욱 뉴스위크 한국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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