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방어하려다 '외평기금 작년 10조원 손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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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환율 안정을 위해 정부가 조성한 자금인 외국환평형기금의 지난해 순손실 규모가 10조원대에 이른 것으로 밝혀졌다. 또 한국은행은 환율 방어 과정에서 발행한 통화안정증권의 이자 부담 때문에 1994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31일 한은의 2004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해 1502억원 적자를 기록해 전년 2조1750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반전됐다. 환율 방어 과정에서 늘어난 통화를 흡수하기 위해 통안증권 발행을 늘린 게 적자의 주요인이었다.

또 환율 방어에 쓰이는 외국환평형기금은 원화 환율 하락에 따른 평가손과 외화 자산 운용수익률의 하락으로 지난해 10조2205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재정경제부 최중경 국제금융국장은 "지난해 환율이 15% 이상 떨어지면서 환차손을 입었지만 이는 장부상의 평가 손실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외환 시장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것처럼 정부가 환율 방어를 위해 시장에 개입하는 과정에서 외평기금을 파생금융상품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보는 바람에 손실 규모가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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