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크타드」회의의 실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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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2월1일부터 인도의 「뉴델리」에서 열리고 있던 UNCTAD(유엔무역개발회의) 2차총회는 남북문제의 개선을 위한 몇가지 결의안을 채택하고 29일 폐막할 예정이다.
당초 이 회의는 회기를 3윌 25일까지로 정했던 것이나, 특혜관세 문제를 에워싼 선·후진국간의 이견때문에 기일을 연장하면서 협의를 계속했던 것이다. 2개월에 걸친 이 회의도중에는 남아연방의 참석 허가문제로 일부 국가의 퇴장이 있는 등 심상치않은 움직임조차 있었던 것이나, 그런대로 유회되지 않고 남북간에 합의점을 발견한 것은 다행한 일이라 하겠다. 이번 회의에서 채택된 결의안의 골자는 ①선진국가 국민총생산(GNP)의 1%를 매년 후진국 원조자금으로 갹출하는안 ②동서·간 남북간의 무역확대 ③새로운 국제 해운입법의 추진 ④특혜관세의 공여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늘의 국제정세로 보아 동서간 및 남북간의 무역확대나 해운협정의 개정등은 순조롭게 이룩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나, GNP 1%의 원조와 특혜관세공여같은 문제는 쉽사리 해결키 어려운 항목들이었음을 상기할때 이번 회의가 마지못해서나마라도 이 문제에까지 합의점에 도달한 것은 큰 성공이라고도 볼 수 있다. GNP 1%의 원조문제는 그것을 제창한 장본인인 미국이, 회기중에 일어났던 지난번 「골드·러쉬」이후의 사태 때문에 오히려 단서를 붙이도록 후퇴를 강요당한 실정이었다. 미국의 요청으로 GNP 1%의 공여문제는 국제수지 사정을 고려하여 그 실현 시한을 명확히 한정하지 않기를 합의한 것이라 한다. 따라서 GNP 1%를 매년 후진국 원조자금으로 공여한다는 이상은 결국 이상으로서만 그치고만 셈이 되었다.
다음으로 27일 결의된 특혜관세 공여 문제는 「유엔」무역개발이사회(TDB)의 하부기관으로 특혜특별위를 두어 그 실천방안을 연구·협의케하도록 한다는 정도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특혜권 고안으로서 합의된 주요내용은 모두가 연구·검토, 그리고 고려한다는 정도의 모호한 표현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 회의에서 합의된 사항을 좀 더 자세히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선진국이 예외조치를 최소한으로 줄일 것을 인정하고, 선진국의 농업정책 범위내에서 선진 각국이 고루 공헌한다는 것을 조건으로, 농산품을 포함하는 후진국 1차생산품의 가공·반가공품에도 특혜를 부여하는 가능성을 검토할 용의가 있다.
둘째, 특혜는 후진국이 그들에게 주어진 이익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기한만큼 오래 지속되어야할 것을 인정했다.
셋째, 특혜관세 인하폭, 예외조치, 긴급수입제한, 기존 특혜제도의 폐지에 따르는 보상문제등에는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이런 정도의 합의 내용을 가지고서는 곧 특혜관세가 공여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우기 이번 회의에서 『선진국은 후진국이 특혜부여의 시점을 내70년부터로 잡아줄 것을 희망하고 있음을 유의한다』하는 정도로, 미지근하게 표현하고 있는 점으로 보아, 이번 「운크타드」회의 역시 실질적으로는 미사여구로된 선언 정도나 내고 끝나버린 회의라는 감을 금할 수 없다.
본난은 이미 「운크타드」의 이상은 훌륭하지만 그 이상을 실현시키기에는 현실이 너무도 각박하다는 사실을 지적한바 있다. 이번 「운크타드」 2차총회가 이처럼 유명무실한 성과로 끝나지 않으면 안되었던 배경은 더 말할 것도 없이 지난번의 「파운드」화 평가절하후의 국제경제 동향의 악화라고 할것이다. 이미 주요선진국들이 후진국을 알뜰히 보살펴 주기에는 너무나 벅찬 정치 경제적 상황에 봉착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국제경제는 더욱 다원화할 공산과 더욱 짙은 보호주의적 경향을 띠기 쉽게 될 것으로 전망되며, 그 여파가 어떻게 발전할지 예측을 불허하는 상태에 있다.
이러한 국제적 환경 가운데서 이상만을 추구할 수는 없는 것이며, 필연적으로 자국중심의 정책이 앞서게 되는 것을 우리는 직시해야 할 것이다.
국제환경이 이럴진댄 수출 「드라이브」와 고도성장을 기조로 하는 우리의 국내정책이 대외환경변화와 어떤 마찰관계에 있는가 당국자로서는 신중한 검토를 가해야할 줄로 안다. 어떠한 국제경제상의 돌발사태에도 신축적으로 대응할 능력과 여유를 우리도 갖고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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