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성 무시하고 기술 배우면 일주일도 못 견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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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3호 0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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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고령층의 재취업은 아무래도 젊은 층보다 어렵다. 대한상의 인력개발원이나 폴리텍 같은 곳에서 기술교육을 받은 후 취업에 성공하는 비율은 평균 80%가 넘는다. “하지만 40∼50대의 취업률은 그보다 낮은 편”이라고 인력개발원 관계자는 설명했다.

 전흥표(56)씨는 33년간 직업군인 생활을 하다 지난해 2월 원사로 전역한 뒤 자동차 정비기술을 배워 최근 정비업체에 취업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인터넷 취업 알선업체 4곳에 회원으로 가입해 수없이 원서를 냈고 두 군데 면접까지 봤지만 ‘나이가 많으면 젊은 동료들이 불편해한다’며 퇴짜 맞았다. 지난 3월 개인정비업체에 들어갔는데 43세 사장이 ‘나이가 뭐 그리 중요하겠느냐’며 받아준 게 참 고마웠다.”

 직장 선택도 그렇지만 중·장년층이 기술을 배워 재취업하려 할 때도 적성이 중요하다. 기술·기능 분야가 다양한 만큼 잘 살핀 후 선택해야 한다. 마흔 이후, 두려움과 설렘 사이를 쓴 정도영 직업 컨설턴트는 “상황에 쫓겨 아무 기술이나 덥석 배워선 안 된다”며 “특히 사무직이던 사람이 아무거나 좋다고 시작했다간 한 달은커녕 일주일도 못 견딘다”고 강조했다.

 기술 교육과 재취업을 위한 중·장년 프로그램을 더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은퇴가 없는 나라를 쓴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대학원 김태유 교수는 “지금까지 인생 이모작은 운 좋고 부지런한 소수만이 누린 혜택이었는데 이제는 제도적 뒷받침을 통해 전 국민이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취업 전문가는 “공공기관 중심으로 다양한 무료 기술 교육과정이 있지만 잘 알려지지도 않고 중복된 게 많다”고 지적했다. 주먹구구 식으로 프로그램이 운용되고 있다는 얘기다. 형식적인 교육 프로그램 때문에 예산 낭비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있다. 고용노동부 이성룡 인적자원개발과장은 “고용 취약계층에 대한 일자리 확대는 박근혜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라며 “중·장년의 재교육·재훈련·재취업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늘려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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