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떠받치는 건 세금 … 조세 저항 줄일 부패 척결·간접세가 핵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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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3호 08면

스웨덴은 복지국가의 모델로 꼽힌다. 2012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복지지출 비중은 28.2%(OECD 기준)나 된다. 한국(9.3%)의 세 배 수준이다. 미국(19.4%)은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1.7%보다 훨씬 높다. 복지 비용이 높은 데 비해 국가경쟁력도 높다. 2012∼2013년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 보고서에선 4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19위, 미국은 7위다. 이 보고서는 스웨덴에 대해 “혁신 주도 성장을 창출하는 데서 높은 평가를 받았고 공공교육 분야에서 1등급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 “높은 교육열과 기술준비도가 결합해 정교한 비즈니스 문화를 창출했다”고 덧붙였다. 정보통신기술(ICT)이 발달하고 교육열이 높은 한국으로선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박근혜정부 역시 지난해 대선 때 ‘맞춤형 복지’를 공약한 데 이어 기존 산업에 ICT를 결합한 ‘창조 경제’를 추진 중이다.

복지국가 스웨덴의 교훈

스웨덴 복지모델의 비결은 세금에 있다. 스벤 호트 교수의 강연을 주최한 민주당 김용익 의원은 “복지제도의 관건은 복지 아이디어라기보다 조세를 얼마나 부과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스웨덴은 소득세 비율(부유층은 60%, 저소득자는 29%)이 높은 반면 법인세(최고 세율 22%)는 비교적 낮은 세제를 채택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통신업체 에릭슨, 전 세계 2500여 개 매장을 가진 의류업체 H&M 등 수출주도형 글로벌 기업들이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높은 소득세가 유지될 수 있는 배경에는 “내가 낸 세금으로 내가 복지 혜택을 받는다”는 인식이 깔린 ‘제세(諸稅)주의’ 원칙이 한몫했다. 서울대 안상훈(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도 국민부담률(조세부담률+사회보험료)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면세점(免稅點)을 높여 실질 세부담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조세 정의를 확보해 투명성·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 호트 교수도 강연·인터뷰에서 “법치주의에 기반을 두고 부패를 강력히 척결하는 무관용 원칙이 사회복지국가를 유지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라며 부패 근절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국민 개개인이 낸 세금이 꼭 쓰여야 할 곳에 쓰인다는 믿음이 있어야 조세저항이 줄어들고 세수도 증가한다는 북유럽 복지모델의 경험에 근거한 얘기다. 스웨덴의 부가세 세율은 25%(2011년 기준)로 한국(10%)보다 높은데 이 역시 탈세가 어려운 간접세를 통해 조세 투명성을 높이려는 취지다. 안 교수는 “복지국가는 곧 ‘세금 정치’인데 복지국가로 가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조세정의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지하경제 양성화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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