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에 떠나는 여야 원내사령탑 … 오늘 새 지도부 선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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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원내사령탑이 15일 동시에 교체된다. 민주당이 오전 10시 전병헌(이하 3선, 기호순)·김동철·우윤근 의원 중 한 명을 원내대표로 선택하면, 새누리당이 오후 2시 이주영(4선)·최경환(3선) 의원 가운데 택일을 한다. 이번에 선출되는 원내대표는 10월 재·보선과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정책으로 뒷받침하는 중책을 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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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은 2011년부터 박근혜 대통령과 가까워진 이른바 ‘신박(新朴)’, 최 의원은 2007년 대선후보 경선캠프 종합상황실장을 지낸 ‘원박(原朴)’ 인사다. 민주당 경선에선 어느 후보도 1차 투표에서 과반(127명 중 64명)을 얻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아 결선투표가 벌어질 전망이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와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의 임기는 15일 끝났다.

권호 기자

◆ 새누리 원내대표 이한구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행시 출신의 경제관료답지 않게 직설적이다. 그는 14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경제민주화란 용어 자체가 잘못”이라며 “이름 좋다고 해서 앞뒤 안 가리고 가는 건 좋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기자가 “경제민주화법안이 4월 임시국회에서 그래도 예상보다 많이 논의되고 입법화됐다”고 ‘칭찬’을 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그는 “민주화는 정부가 갖고 있는 권력을 민간에 넘기는 건데, 지금 경제민주화 이슈는 민간 내에서 편 갈라 한쪽 거를 빼앗아 다른 한쪽에 주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 왜 그렇게 경제민주화법안에 부정적인가.

 “냉정을 찾으라는 게 내 메시지다. 그런 법률이 대부분 대기업들을 옥죄는 법인데, 그럼 중소기업이 저절로 좋아지나. 국회가 사회의 집단지성을 올리는 데가 돼야지 집단지성에도 못 미치는 행동을 한다.”

 - 퇴임 후 중점을 두고 할 일은.

 “나는 사회로부터 혜택받은 사람이다. 전문지식을 활용해 보답하고 싶다. 첫째가 일자리 만드는 거, 둘째는 개헌이다.”

 -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 건가.

 “잘나가는 사람의 일자리 문제는 신경 쓸 게 없다. (잘나가는 사람은) 해외에 나가서 구하고, 국내에서도 자기들이 알아서 하면 된다. 내가 일자리 마련하겠다는 사람들은 학교 다닐 때 중간치밖에 못한 사람들, 오랜 직장생활을 해도 특별한 지식과 기술이 없는 사람, 자영업자들, 특히 특별한 전문직 여성이 아닌 사람들이다. 정부와 국회를 움직여 한 걸음씩 나가게 할 거다.”

 - 개헌은 어떤 방향인가.

 “통일에 대비해야 하고, 분권형으로 가야 한다. 지방분권과 국가권력기관 분권 문제도 중요하다.”

 - 윤창중 스캔들이 일어났다. 당·정·청 관계가 어떻게 가야 하나.

 “일 잘못하면 이제부턴 정부에 대해 옐로카드도 들고, 레드카드도 들고, 문책할 사람 문책도 요구하고, 그렇게 해줘야 우리 당이 살아남을 수 있다. MB 정부 때도 너무 많이 청와대 하자는 대로 했다가 정권을 놓칠 뻔했다. 선거(재·보궐)는 6개월마다 돌아오는데 정부와 청와대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

 - 임기를 마친 소감은.

 “1년 더하면 병날 거 같았다. 며칠 푹 자고 잠시 취미생활을 하고 싶다. 취미는… 진짜로 독서다.”

이소아 기자

◆ 민주당 원내대표 박기춘

임기 종료를 하루 앞둔 14일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에 대해 “성과는 성과대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 지도부로선 이례적인 호평이다. 그는 이날 마지막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박 대통령이 대북문제 공조, 문화협력 증진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성과를 거뒀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박 대통령이 하루 일정을 3~5개 소화하고, 4박6일 일정 내내 감기약을 복용하며 강행군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안쓰럽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대통령 방미 수행 중 성추행 추문을 일으킨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사건과 관련해선 “윤창중 스캔들로 당파적 이익을 볼 생각은 추호도 없다”는 말도 했다. 본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그는 “예전 야당이었다면 현지 교포들에게 윤 전 대변인의 행적을 듣고 폭로했을 것이지만 (민주당은) 그럴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기를 하루 앞둔 제1야당 대표가 임기 4년8개월 남은 대통령에게 드리는 충언”이라며 “박 대통령 스스로 리더십을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또 청와대 참모진이 박 대통령에게 늦장 보고를 한 것에 대해서도 “만약 안보 문제가 이런 식이었다면 재앙이었을 것이다. 대통령과 참모진 간의 격의 없는 소통문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원내대표 재임 중 성과를 꼽는다면.

 “정부조직법 협상과 인사청문회 등 대화와 합의의 이정표를 세웠다.”

 - 대통령 방미 때 동반을 제안받았는데.

 “여야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해 박 대통령의 방미 일정을 같이 갈 수도 있었다. 국회 본회의 일정 때문에 함께하지 못했지만 예전 다른 강성 지도부나 옛날 야당 지도부 스타일이었으면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 이한구 원내대표도 같이 그만둔다.

 “이 원내대표의 경제적 식견과 역량은 훌륭하지만 이분법적인 사고가 안타깝다. 우리가 ‘억강부약’의 정책으로 내놓은 경제민주화법 추진, 쌍용차 국정조사 등에 대해 이 원내대표는 ‘좌파에 발목을 잡혔다’고 주장했다.”

 - 원내대표를 그만두고 사무총장을 맡게 됐다.

 “안일하고 사기가 떨어진 당을 구하기 위해 문지기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직급은 중요하지 않다. 사심 없는 조정자가 돼서 민주당을 열정의 진앙지로 탈바꿈시키겠다.”

하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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