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희곡 오혜령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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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해 8월세대지에 실린 희곡 「인간적인, 진실로 인간적인」으로 현대문학과 한국일보의 신인예술상과 동아연극대상을 한목에 탄 오혜령양은 스스로 채찍질하는 바쁜 일손에 숨가쁘다.
『부지런히 공부하라고 상을 준것이니….』
현대문학에 내야할 단막극을 써내랴, 미국생활을 엮은 「논픽션」과 장막극을 구상할랴, 그의 머리 속은 거미줄 같다.
지난2일 한국에 같이 온 미국의 평화봉사단원에게 넉달 동안 우리말을 가르치다가 돌아온 그에겐 상복과 일복이 힘겹게 내려진 셈이다.
『무슨 얘기라도 나눌 수 있는 알맹이 찬 자유로운 분위기와 새로운 시도를 꼬집기 앞서 순수하게 받아 준다는게 「미국이 크다」는 단 하나의 까닭과 장점이더군요.』
그들에게는 대사하나로 시비 벌이는 『숲을 보되 산을 못보는』소아병 환자 같은 사람들은 가뭄에 콩 나기다.
『미국인들에겐 생존만 있지 생활이 없어요. 우리에겐 때에 찌든 생활이 있잖아요. 기계문명에 짓눌려서인지 그들은 목숨이나 이어나간다는 식이고 사람사는 맛도 없이 인사는 형식적이고, 어찌나 서울이 그리운지 혼났어요.』
짧은 머무름에 그의 비평은 모든 사물에 따가울 이만큼 날카롭다.
『미국의 문명비평에 눈돌린 「논픽션」과 장막물을 끅 써내야죠.』
그는 바싹 마른 해면처럼 빨아들인 모든 것을 분수처럼 시원하게 뿜으려는 기염이다.
그건 그가 「시애틀」교외 벌판의 공사장에서 목격한, 「불도저」에 깔려 숨진 다람쥐 같은 신세의 그들에게 꼭 들려줘야 하리라고.
『산문의 소설은 지리해요. 시의 압축된 표현에다 동작이 합쳐진 희극이 마음에 들더군요. 대사는 시처럼 쓰고파요. 』그가 관념적이고 생활어를 모른다는 비평을 받는 곡절을 알 것 같다.
『어려선 공주놀이를 꽤나 해냈죠. 』그러다가 이화여고때 아버지 오화섭씨의 번역극 교정을 보다 희곡에 재미를 붙이고 연대에 가서는 연극에 맛붙여 신춘문예등에서 희곡으로 너댓번 입선, 지난1월에 어엿한 작가등록을 선포한 셈이다.
봄 하늘에 높이 뜬 종달새 같이 즐거운 대화가 쉴새없는 그의 모든 대화가, 항아리에 넘치는 물처럼 자연스러울때 『희곡은 40대』라는 작가의 세대는 극복되고 관중의 박수소리 뜨거울 게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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