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집토끼' 지킨다 … 데이터·통화 리필 쿠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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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이 ‘집토끼(기존 가입자)’를 잡아두기 위한 두 번째 대책을 내놨다. SKT는 13일부터 장기 가입 고객 우대 프로그램인 ‘평생고객 무한혜택’을 실시한다. 통신사들은 지금까지 자사 고객에 대한 서비스에 인색했다. ‘잡은 물고기’에게는 먹이를 주지 않는다는 것과 같은 이치다. 대신 ‘산토끼(신규 혹은 번호이동 가입자)’를 잡는 데만 매년 조 단위의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보조금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이통사들은 요금과 서비스 경쟁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이번에 SKT가 내놓은 혜택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2년 이상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기본 제공 데이터양을 100% 다시 채울 수 있는 ‘무료 리필 쿠폰’을 가입기간에 따라 연 4~6장 준다. 예를 들어 가입기간 2년이 넘은 ‘LTE62요금제’ 고객은 월 기본제공 데이터 5기가바이트(GB)를 모두 쓰고 나면 리필 쿠폰을 통해 데이터 5GB를 추가할 수 있다. 데이터가 충분하다면 쿠폰으로 음성 통화를 추가할 수 있다. 단, 음성의 경우엔 20%만 리필된다. 쿠폰은 데이터나 음성을 초과 사용할 경우 자동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초과하기 전에 사용자가 리필 여부를 선택해야 한다. 자신이 가입한 요금제에 따라 쿠폰을 언제 쓸지, 데이터와 음성통화 어느 쪽에 적용하는 것이 유리할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예를 들어 3G 데이터무제한 요금제 가입자에게도 쿠폰을 지급하지만 이를 사용해 데이터를 리필해봐야 의미가 없다.

 두 번째는 기기 변경 고객에 대한 혜택 확대다. 올 1월 말부터 22일간 영업정지를 당한 SKT는 기존 가입자가 휴대전화 단말기를 바꿀 때 최대 27만원을 할인해주는 ‘착한 기변’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번에는 여기에 혜택을 더한 ‘뉴 착한 기변’ 프로그램을 내놨다. 데이터(혹은 음성) 리필 쿠폰 2장을 추가로 지급하고, 매월 마지막 수요일마다 메가박스를 비롯한 몇몇 영화관과 패밀리레스토랑에서 50% 할인 혜택을 준다. 마지막으로 초장기 우량 고객들을 위한 VVIP 서비스를 강화했다. 20년 이상 가입자 8000명(4000쌍)을 다음 달 2일 열리는 조용필 콘서트에 초청한다. 또 15년 이상 가입 고객에게는 ‘T멤버십’ 할인 한도를 5만~25만 점을 추가로 지급한다.

 박인식 사업총괄은 “보조금 중심의 소모적 경쟁에서 벗어나 고객 서비스 중심의 경쟁 패러다임으로 통신시장을 바꿔 나갈 것”이라며 “특히 1200만 명에 달하는 (2년 이상) 장기 이용 고객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집토끼 사수 2차전 역시 SKT에서 먼저 치고 나왔다. SKT가 장기 가입자를 포함한 2700만 명의 집토끼 지키기에 성공한다면 경쟁사들은 남은 절반만을 놓고 싸워야 한다. 1차전 때 SKT가 망내 무료통화를 들고 나오자 KT와 LG유플러스는 ‘울며 겨자 먹기’로 망외는 물론이고 유선까지 무료인 요금제를 내놓았다. 한 이통업계 관계자는 “이미 집토끼 지키기 카드로 ‘통큰 기변’을 선보인 KT는 더 강력한 혜택으로 기존 고객 잡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LTE 번호이동 전쟁에서 가입자를 가장 많이 끌어간 LG유플러스 역시 시장이 생각 못한 파격적인 정책을 조만간 내놓을 수밖에 없어 이통사 간 기존 고객 모시기 경쟁이 볼 만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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