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쿠젠 창단 첫 '행운의 결승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년 연속 독일 팀의 우승이 보이는가. 예상치 못한 작은 이변이 일어났다.

지난 시즌 바이에른 뮌헨의 우승에 이어 2001-2002 유럽프로축구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독일의 바이엘 레버쿠젠이 뮌헨의 바통을 이어받아 결승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레버쿠젠은 1일(이하 한국시간) 맨체스터와의 홈 경기에서 전반 47분 애디드 타임(Added Time)에 터진 뇌빌의 동점 골에 힘입어 1-1로 비겨 원정경기 다 득점 원칙에 따라 맨체스터를 밀어내고 창단 후 첫 결승에 올랐다. 1차전에서도 양 팀은 2-2로 무승부를 기록한 바 있다.

레버쿠젠은 전반 28분 맨체스터의 로이 킨에서 선취 골을 내주며 주도권을 빼앗겨 힘든 경기를 펼쳤으나 전반 종료 직전 뇌빌의 터닝 슛이 그물을 갈라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후반 맨체스터의 총 공세를 공간 압박에 이은 탄탄한 수비로 잘 막아 무승부를 지켜냈다.

레버쿠젠의 결승 파트너로는 2일 벌어지는 레알 마드리드-FC바르셀로나 승자로 1차전 원정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한 마드리드의 결승 행이 유력하다. 결승전은 오는 16일 스코틀랜드 글라스고에서 결승전을 치르게 된다.

뇌빌이 날이었다. 1차전에서 교체 투입 후 극적인 동점 골을 뽑아낸 바 있는 뇌빌은 이날도 팀이 0-1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경기 흐름을 일순간에 바꾸는 동점골을 터트리며 펄펄 날았다.

전반 종료 직전 아크 정면에서 바스투르크의 패스를 받은 뇌빌이 골키퍼가 전진한 틈을 보고 재빨리 돌아서 드롭성 슈팅을 시도했다. 볼은 전진한 바르테즈의 손끝을 살짝 넘어 네트안으로 빨려 들어갔고 멋진 슈팅은 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전반 내내 맨체스터의 공세에 시달리며 불안한 경기를 이어가던 레버쿠젠은 뇌빌은 한 방으로 경기 분위기를 일순간 넘겨 받을 수 있었다.

맨체스터는 전후반 걸쳐 여러 차례의 완벽한 슈팅이 골대를 지키던 수비수 발에 맞고 나오는 등 불운이 겹쳐 3년 만에 우승 탈환에 대한 꿈을 접어야 했다.

특히 후반 종료 직전 레버쿠젠의 버트 골키퍼가 공중 볼을 미스하면서 골 문을 비운 사이 폴란이 회심의 슈팅을 날렸으나 수비수가 온몸을 던져 막아내 아쉬움은 더했다.

더욱이 자국 리그에서도 아스날을 뒤집을 공산이 희박해지면서 올해 무관의 제왕으로 남을 확률이 더욱 커지게 됐다.

한편 레버쿠젠의 옌스 노보트니가 이날 경기에서 중상을 입어 월드컵 출전이 불투명해져 독일 대표팀에 초비상이 걸렸다.

이병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