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이식시대에 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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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세월은 가고있다. 세월이 가는것이 아니라 사람이 가고있는것이다. 세월감에따라 몸도 쪼그러져가고 머리도 녹슬어가고. 그래서 「베르길리우스」는 『연륜(연륜)은 모든것을 빼앗아간다. 심지어 마음까지도」 라고했다.
열살이 못된 대학생, 두살미만의 국민학교 학생이라는 재능아도 있다지만 고등고시 합격이 거의 21세부터 25세사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것을 보면 두뇌의 가장 명석한 때는 이 연륜때인것 같다.
아닌게 아니라 우리나라에는 20대의 판·검사가 많기도하다. 물밑이 환히 들여다 보이는 청수와도 같이 티없이 맑은 두뇌의 판·검사들이야말로 우리나라 법조계의 지도자가될 별들이 틀림없다.
그러나 술·담배할것 없이 온갖것으로 혼탁화한 두뇌의 연장자들은 아무리 크게 자란 자식도 언제나 어린애로만 취급하듯 청신한 두뇌의 젊은이를 선뜻 「엘리트」나 「엑스퍼트」 로 인정치 않으려고한다.
소년등과(등과)의 판·검사에게 담당된 소송당사자는『저렇게 앳된 판·검사가 내 인생문제를 어찌 잘다룰수 있을까』라고 의아한다. 변호사들도 중견이상의 판·검사에게 사건이 담당되기를 바란다. 어느 나이많은 법관이 급환으로 가까운 병원문을 밀고 들어갔다. 「가운」을 입은 의사선생님은 새파란 젊은이었다. 『내손자뻘밖에안되는 사람에게…. 』그만 나와버렸다는 것이다.
법조인 자신마저 이같이 회의를 품는것은 약관(약관)의 법조인에게는「아이러니컬」한 일이기도 하다. 물론 육법전서의 조문만으로는 남의 인생을 잘 다룰수없다. 비단 법조계뿐 아니라 모든 부문에 있어서 경험이 기술을 낳고 경험의 결핍은 우연을 낳는것 뿐이다. 하지만 시대와 사회는 경험만으로 대가(대가)로 용납하지 않는다. 많은 경험은 높은 연륜을, 높은 연륜은 두뇌의 쇠퇴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리하여 우리는 시계의 분해소제, 자동차「엔진」의 「보링」과 같이 뇌의 분해소제는 할 수 없을까 하던중 요즘에 와서 눈 심장등 내장 이식시대를 맞이하게 되있다. 최근에는 강아지머리 이식이 성공했다니 멀지않아 사람의 뇌이식도 가능하게 될것이고 내머리도 새머리로 바꿔질 수 있을것인가 하는생각이 들기는하나 그리되면 네머리 내머리 구별이 없게되고 심장이식으로 죽지도 않을것이니 이다음에 오는 인간세상이 어이될것인지 오히려 몸이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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