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난공 불락의 요새' 과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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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은 공식석상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북한 인민군 창건 70주년 기념 행사를 맞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례적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위원장은 행진을 지켜보는 대규모 군중에게 연설을 하진 않았다. 대신 김일철 인민무력부장이 북한을 '난공불락의 요새'로 묘사했다.

김일철 인민무력부장은 또 북한의 1백20만 병사들을 향해 만일 미국이나 다른 어떤 군대가 북한 영토에 한발자국이라도 들어온다면 '무자비한 공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인민군 창건일을 김정일 위원장의 아버지이자 북한의 국부인 김일성의 업적을 기리는 가장 중요한 축제의 하나로 성대하게 치뤄왔다.

90분간에 걸쳐 진행된 행진이 절정에 이르자, 김위원장은 미소를 띄며 이날 모인 수만 명의 군인들에게 머리 높이 손을 흔들고 연단을 따라 천천히 걸어나왔다.

이날 모인 군중은 "김정일 장군이 만수를 누리길 바란다"고 외치며 충성을 다짐했다.

수천개의 오색 풍선이 하늘을 수놓고 21발의 예포가 울린 이날 행사에 참가한 한 북한인은 "이런 건 보기 드문 광경이고 대단히 영예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황토색 인민복을 입은 김정일은 1991년에 인민군 최고사령관이 되었다.

'무자비한 공격'

김일철 인민무력부장은 군을 향해 "인민군대에 영광 있으라"고 외치면서 이날 축하행사를 시작했다.

그는 김위원장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난공불락의 요새'로 변화시켰다고 말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일철 인민무력부장이 "만약 계속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 제국주의자들과 그 추종자들이 우리 공화국의 불가침한 육지, 바다, 영공을 0.001mm라도 쳐들어 온다면 우리 공화국의 존엄성과 주권을 자신의 생명처럼 여기는 군과 인민들이 무자비한 공격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세계 4위의 규모의 군대를 보유하고 있다.
김 무력부장이 언급한 0.001mm라는 수치는 1인치(2.54cm)의 아주 작은 부분이다.

북한은 한국의 맹방인 미국을 철천지 원수로 여기고 있다. 1950-53년한국전의 유산으로 현재 약 3만7천 명의 미군이 한국에 주둔 중이다.

주둔 중인 미군은 한반도를 반으로 나누고 있는 비무장지대 이남에서 60만대군인 한국군을 지원하고 있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올해 초 북한을 이라크와 이란과 함께 '악의 축'으로 명명하고 북한의 인권 전력을 문제삼아 북한 정부의 분노를 산 바 있다.

하지만 부시대통령은 지난 2월 서울을 방문했을 때 미국은 북한을 침략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세계 4위 규모의 군사대국

올해로 60세를 맞는 김정일은 1993년에 북한의 국방위원장이 됐다. 아버지 김일성이 1994년 사망한 후 3년 만에 그가 국가와 집권 공산당의 통치권을 장악했지만 아직도 이것이 그의 공식 직함이다.

세계 4위의 병력을 보유한 북한은 지속적으로 '선군 정책'을 강조해 왔다.

김위원장은 러시아 특사인 콘스탄틴 포리코브스키를 비롯한 많은 외국 방문객들과 함께 연단에 서서 행진하는 북한의 정예부대를 사열했다.

군 행진의 선두에는 1950-53년 한국전부터 사망하기 전까지 분단 이후 줄곧 북한을 통치한 김일성의 초상화 깃발이 달린 리무진이 천천히 움직였다. 김일성과 김정일 부자는 북한 개인 숭배의 핵심이다.

관광객 유치

수만 명의 민간인들도 이 행사에 참가해 갖가지 색종이를 머리 위로 치켜들고 움직이는 그림을 연출해내며 김일성 광장으로 행진해 들어왔다.

1992년부터 가두행진에 무기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토론 게시판
목요일의 군 행진은 월요일부터 시작될 '위대한 지도자' 김일성을 위한 아리랑 축전의 준비 행사 격이었다.

북한은 외부인들에게 이례적으로 은둔의 나라 북한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절실하게 필요한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해 4월 29일부터 6월 29일까지 아리랑 축제를 열어 사상 최대 규모의 외국 관광객들을 유치하길 희망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 열릴 월드컵 본선과 날짜가 겹치는 아리랑 축전은 김일성의 90회 생일과 북한 인민군의 70주년을 기념하게 된다.

PYONGYANG, North Korea (CNN) / 김내은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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