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시평] 온-오프 정보통역사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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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구약성서에 보면 인간들이 탑을 쌓아 하늘에 닿게 하고 자신의 이름을 걸어 온 지면에 흩어짐이 없게 하자고 했다. 견고한 벽돌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인간들이 교만하게 하늘에 닿으려고 바벨탑을 쌓은 것이다.

이에 하나님이 그들의 언어를 혼잡하게 하여 서로 소통하지 못하게 했고 언어가 통하지 않아 인간들은 바벨탑 쌓는 것을 포기하게 됐다.

정보사회로 들어오면서 정보가 넘쳐나고 있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인터넷을 통해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고 실시간대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의 금융거래가 가능하고 글로벌 거버넌스라고 하는 전 지구적 통치질서의 확립이 가능해지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정보화의 발전으로 세계가 하나가 되는 새로운 질서의 창출을 의미한다.

*** 심각한 데이터 스모그 현상

우리 사회도 정보화의 발전으로 엄청나게 많은 정보들이 유통된다. 하지만 이러한 정보의 바벨탑은 오히려 데이터 스모그 현상이라고까지 할 정도로 정보의 늪에 우리를 빠뜨리기도 한다.

정보가 많아지면 서로의 정보를 잘 알아서 상대방에 대한 이해도 높아질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못하다.

이전에는 주요 일간지에서 대부분의 세상 돌아가는 정보를 얻었다. 따라서 아침에 직장에 모이면 어느 신문에 무슨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이 화제로 등장했다.

월간지나 계간지도 몇 종류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동료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끌어갔다. 따라서 일간지는 정보의 유통과 이에 대한 평가를 독점하면서 막강한 사회적 권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신문도 너무 많고 잡지도 너무 많아 어디에서 무엇을 보았다고 하는 것이 공통의 화제로 등장하기 어렵게 됐다.

심지어 인터넷 신문이나 동호인 게시판을 통한 정보의 유통은 일간지의 정보와 전혀 다른 내용을 전하기도 한다. 따라서 자신이 보는 정보의 원천에 따라 전혀 다르게 세상을 이해하게 된다.

*** 홍수에 먹을 물이 귀한 이유

지난번 대선 기간에 나타난 세대 간의 정보 격차는 상호 이해의 간극을 엄청나게 넓혀 놓았다. 정보화 시대에 정보가 많아지니까 사람들은 모든 정보를 다 얻지 못하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정보에만 빠지게 된다.

아직도 주요 일간지가 정보의 원천인 기성세대들과 인터넷 신문이나 스포츠 신문이 정보의 원천인 젊은 세대 간의 정보의 격차는 그래서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

주요 일간지만을 통해 정보를 얻는 기성세대들은 대선 결과를 믿기 어려웠을 것이다. 세상을 잘 모르고 즉흥적인 젊은 세대가 인터넷과 휴대전화로 선거에 참여해 나라 전체가 잘못되고 있다는 상실감에서 벗어나기 어려웠을 것이다.

반면에 인터넷 신문과 즐겨 찾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정보를 얻는 젊은 세대들은 기득권 세력들의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진리가 승리했다고 믿는다. 이처럼 서로 다른 정보는 정보와 평가의 확대 재생산으로 신념을 더욱 확실하게 만들어준다.

정보의 원천이 다양해지면 다양해질수록 정보의 격차는 심해지고 자신만의 정보가 진리인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서로 다른 정보는 서로 다른 언어처럼 서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마치 바벨탑을 건설하던 인류의 조상들이 자신의 기술을 과신하고 전 세계를 하나로 만들려는 노력에서 언어가 달라짐으로써 이를 포기해야 했던 것과 같다.

지난 대선뿐 아니라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 북한 핵무기 위협, 신자유주의와 세계질서에 대한 논의 등이 모두 서로 다른 정보를 갖고 주장을 한다. 자신이 갖고 있는 정보의 원천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이 믿는 세계만이 진실이라고 믿는다.

홍수에 먹을 물이 귀하다고, 정보가 흔할수록 진정한 정보를 얻기 어렵다. 이제는 정보 제공자들이 보다 균형잡힌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일간지이건 인터넷이건 상업주의적 관점에서 자신들의 매니어만을 양산할 것이 아니라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보편적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아니면 최소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정보를 서로 연결시키는 정보의 통역사라도 있어야 할 것 같다.

정보의 바벨탑으로 언어가 소통되지 않는 것을 막기 위해 정보의 양을 늘리는 것보다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해주는 일에 힘써야 할 것 같다.

廉載鎬(고려대 교수·행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