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몰고 온 한밤의 기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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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공화당은 28일 상오1시5분 열흘째 농성 투쟁하는 신민당의원들의 의사 저지를 수의 힘으로 제압하고 의안심의절차를 모두 생략, 단3분만에 새해예산안을 통과시키고. 「24과동」때처럼 경호권을 발동, 무술경위를 시켜, 야당의원을 끌어내지는 않았지만 의자로 「바리케이드」가 쳐진 단상을 피해 의석 뒤 구석편 자리에 사회 석을 급조하는 초유의 변칙이 감행되었다.
이 이른바 「24파동」으로 여·야의 대립은 이제 극한 점을 넘어섰으며 대화의 길도 끊어졌다.
이번 여·야 대립의 초점이 된 「6· 8선거 부정 특조위법」 입법작업등 현안 문제는 그대로 남아있다.
신민당은 「변칙방법」으로 가결 선포된 새해예산안의 무효화를 비롯한 대여장기투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유진오 당수는 『특조위법은 국회 안에 가짜 국회의원이 남아있는 한 제정되어야할 것이며 선거부정방지입법도 기필코 실현할 것』을 명백히 다짐, 결국 여·야 전권대표자회담이 마련한 의정서처리가 선행되지 않는 한 국회의 모든 의안심의를 봉쇄하는 투쟁을 계속할 것임을 뚜렷이 했다.
그러나 공화당은 예산처리의 여세를 몰아 회기 마지막날인 29일 본회의를 열어 향토방위법안·제세법 개폐안 등 남은 몇 가지 주요안건을 처리하기로「스케줄」을 짜놓고 있다. 따라서 공화당이 29일 본회의를 강행할 경우 여· 야는 다시 본회의장에서 격돌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28파동」의 후유증은 장기화할 것 같다. 특조위법 입법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은 타결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신민당은 의정서 내용대로 입법할 것을 요청했으나 공화당은 의정서 규정 중에 위헌 조항이 있다고 주장, 이를 반대해왔고 이 같은 태도를 변경할 징조도 없다.
신민당은 공화당의 태도는 여·야의 약속으로 성립된 의정서를 폐기, 사문화 하려는 것으로 보고있고 「28파동」으로 당 방침은 더욱 경화된 상태다. 6· 8선거 후 유 파동을 겪고 반년만에 정상을 회복한 국회에는 일이 밀려있다.
또 새해에 들어서면 임시국회를 소집, 대통령의 연두 교서를 듣고 의정서에 따른 부정방지입법과 함께 밀린 안건심의를 서둘러야한다. 그러나 여·야의 극한적 대립이 해소되지 않는 한 국회에서 대통령의 연두교서를 비롯하여 의안심의가 과연 순조로울지 의문이다.
여당은 얼마동안의 냉각기를 거쳐 야당과의 대화를 모색할 것이다. 그러나 신민당은 예산처리에 대한 사과와 인책, 지조위법 등에 관한 명백한 입법방향 보강 등이 없는 한 대화에 응할 가능성은 없다. <이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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