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새 의사당의 조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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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오랜 숙원이던 국회의사당 건립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하는 것 같다.
6·25전부터 10여년간 국회전문위원으로서 이 문제에 관여했던 관계로 각별한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 일로 세계각국의 의사당도 둘러보았는데 나라마다 그 성격이 달랐다. 공통되는 점이 있다면 역사가 얕은 나라는 자기의 고적이나 문화재를 굉장히 아끼고, 국회의사당은 바로 최신기능을 살리는 방향으로 나가는데 역사가 긴 나라는 기능면에서는 형편없는 낡은 의사당을 애지중지 그대로 쓰고있다. 영국의 하원은 의자가 모자라 늦게 출석한 의원은 서있어야 한다.
대조적인 것은 브라질리아에 있는 브라질 국회의사당이다. 황무지에 웅대하게 계획된 도시의 중심에 하늘을 찌를 듯이 솟은 이 건물은 그대로 신생국 브라질의 힘과 기백을 상징하는 것 같다.
우리의 의사당은 기능을 최대한으로 살린 멋진 건물이어야겠는데 먼저 단원제를 위한 것인지 양원제를 위한 것인지부터 결정해야 할 것이다. 건축규모나 대지가 여기에 밀접하게 관계되기 때문이다. 의사당은 한 나라를 상징하는 것이기 때문에 위치선정에도 신중을 기해야한다. 궁벽한 곳에 쑤셔박아 놓거나 환경이 신통치 않은 곳에 세우는 건 절대로 피해야 한다. 지금까지 논의된 후보지로서 남산 중앙청 종묘 삼각지 사직공원 등이 있는데 서울의 구 시가지에 한정한다면 중앙청자리밖에 없을 것 같다. 그 밖의 자리에서 좋은 곳은 고적을 헐어 없애야 얻을 수 있겠는데 이건 안될 일이다. 국회의사당을 세우려면 최소한 대지가 5만평은 있어야하고 10만명 이상은 돼야 제대로 될 수 있는데 도시기능이 멀지않아 구제할 길이 없어질 구 시가 안에서 이걸 구한다는 건 무리다. 나는 국회의사당 자리로서 제일 좋은 곳이 제3한강교의 남쪽이라고 생각한다.
경부고속도로를 계획할 때 이 문제도 함께 계획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내일에 살려면」 멀지않아 5백만 인구를 가지게될 서울의 핵을 넓은 면적에 분산시킬 필요가 있고, 정치활동의 핵심지로는 제3한강교 남쪽의 넒은 평야에 필적할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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