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떠드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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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샌터클로즈」 할아버지는 「끌끌…」혀를 찬다. 무릎 위에 팔을 피고 앉아서 퍽 난처해한다.
『금년엔 온 세상사람들 이것만 달라고 한단 말야.』
그는 주머니 속에 대포와「미사일」과 핵폭탄, 그리고 전투기들을 챙겨 넣고 있는 참이었다. 세모의「헤럴드·트리분」지는 이런 만화 한 폭을 대문짝 만하게 싣고 있다. 지상의 살벌한「크리스머스」를 연상하게된다.
현대의 「샌터클로즈」할아버지는 마치「갬불러」(도박꾼)처럼 되어버린것도 같다. 마음이 가난한 자에게 기쁨을 베풀어주는 노인만은 아닌 것이다. 누구에게나 오히려 요행 심과 요행 심과 음흉한 마음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마음이 「착하고」「악하고」의 분별없이 이날은 공연히 사람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것이다. 어디서 금방 횡재라도 와르르 쏟아질 것 같다는 기분들이다. 세상을 온통 즉물적인「무드」로 만들어 버렸다.
하필이면「크리스머스·이브」에 한국의「호텔」들이 만원사례인 것은 더한층 고소를 자아내게 한다. 외양간의 구세주가「호텔」에 라도 투숙을 했다는 말인가.
거리마다 넘치는 상업주의의 물결! 이날은 인강의 소비성향이 마음껏 개방되는 「허영심장의날」이라도 된 것 같다. 조용한 「크리스머스」운동은 그 북새통속에서 실로 조용한 음성에 불고하다.
인간의 사고방식을 이끄는 이 시대의「무드」가 모두 그런 일색이다. 소란한 「크리스머스」는 인간의 문제이기보다는 시대의 문제가 아닐까.
「시대의 마음」이 가라앉지 않고는 언제라도「크리스머스」는 술렁술렁 북적거릴 것이다.「위대한 유럽」을 명상하는 「유럽」인의「크리스머스」가 어디보다 조용한 것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교훈을 준다. 미국의 「크리스머스」가 12월초순부터 떠들썩한 것은 또 우리에게 무엇인가 생각하게 만든다.
세계의 정치인들은 이날만이라도 마음이 가난해야할 것이다. 서민의위에 군림하는 부자들은 이날만이라도 겸손해야 할 것이다.
「조용한 크리스머스」운동은 바로 그들의 귀에 담아 두어야할경종이다. 이날 누가 떠드는가. 이날을 누가 향락하는가.『…따(땅)에는 마음이 어진 자들에게 평화가 있을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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