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쳤다고… 혼자 있다고… 어린 야생동물 데려오면 유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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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부산시 사하구 낙동강관리본부 야생동물치료센터에 50대 남자가 들어왔다. 그는 센터에 근무하는 강신영(46) 수의사에게 “을숙도를 산책하다 나무 밑에서 발견했는데 어미를 잃은 것 같다”며 까치새끼 한 마리를 건넸다. 그러나 이 새는 진단 결과 비행연습을 하다 떨어져 날개가 부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해마다 5~7월 야생동물 번식 철에 사람들이 어린 야생동물을 발견하면 어미를 잃어버린 것으로 오인해 보호소로 데려온다. 실제 2008년 이후 해마다 850여 건의 야생동물이 센터에 넘겨진다.

이 중 5~7월 3개월 동안 300여 건이 접수되는데 절반인 150여 건은 이러한 오인으로 어린 야생동물을 데려온 경우다. 문제는 어린 조류는 다 자란 후 자연으로 되돌아갈 수 있지만 포유류는 야생으로의 회귀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고라니다. 5~6월에 새끼를 낳는 고라니는 새끼를 풀숲에 감춰둔 뒤 먹이를 찾으러 간다. 이때 등산객이 혼자 있는 새끼를 발견해 치료센터로 데려오는 경우가 많다. 황조롱이는 4월 말부터 7월까지 4~6개의 알을 낳는다. 한 달가량 품어 새끼가 부화하면 어미가 한 달 정도 비행훈련을 시킨 뒤 독립시킨다. 이때 둥지에서 나는 연습을 하다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강 수의사는 “동물 입장에서 보면 사람들이 어린 야생동물을 유괴해 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다친 곳이 없는 어린 조류는 주변 나무에 올려놓고, 풀숲에 있는 어린 포유류는 털에 윤기가 있고 코에 물기가 있으면 그대로 두는 것이 맞다.

 센터는 12일과 19일 이 같은 내용을 가르치는 ‘어린 야생동물 시민 직접 구조 안 하기’ 강좌를 연다.

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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