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중」으로 개정연기|가족엔 "염려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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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황성모 피고인에게 징역3년, 김중태 피고인에게 징역2년, 나머지 피고인들에게는 무죄를 선고한다.』 16일 낮12시25분 김영준 재판장의 주문낭독이 끝나자 방청객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황성모 피고인의 간첩죄부분은 증거가 없어 무죄…』할 때 방청석에서 『야!』하는 조용한 환호성과 미소가 떠올랐으나 뒤이어 『공산계열을 이롭게 할 목적으로…』라는 귀절에 가서 밝은 표정의 얼굴들이 굳어버렸다.
무죄를 선고받은 5명도 지도교수였던 황 피고인과 동료 김 피고인이 유죄판결을 받게되자 기쁜 표정을 짓지 못하고 심각한 모습.
5분 동안의 간단한 판결문낭독이 끝나고 재판부가 나가자 현승일 피고인은 『이게 재판이냐?』고 씁쓸하게 웃고, 황성모 피고인은 『도대체 논문 쓴 것이 무슨 죄가 되느냐』고 흥분, 김중태 피고인과 함께 『항소하겠다』고 얼굴을 붉혔다.
상오11시에 선고공판을 열 예정이었던 재판부는 합의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판을 12시로 연기하겠다고 통고한 후 판사실(서울형사지법 합의3부 621호실)에 「합의중」이라는 팻말을 달고 출입을 금했었다. 상오10시쯤에는 담당서울지검 이종원 부장검사가 이례적으로 판사실에 들러 무엇인가 재판부와 이야기를 주고받아 주목을 끌기도.
상오10시45분 7명의 피고인이 입정한 후 방청객들은 줄을 지어 차례로 들어왔으나 11시5분 밀리는 방청객으로 한때 혼란이 일어나 문을 잠갔다.
개정 전 황성모 피고인만이 팔짱을 낀 채 재판부석을 주시하고 있었을 뿐 나머지 피고인들은 방청석의 가족들을 돌아보며 『염려 말라』고 말하기도….
방청객 가운데는 박기출 부완혁씨 등 신민당원들과 서울대문리대 정치학과 김영국 교수, 사회학과 이해영 교수의 얼굴이 보였다.
선고가 끝나자 이봉성 서울지검장은 이 부장검사실에 들러 선고량을 메모한 쪽지를 들고 보고를 받았다.

<오늘 3명만 출감>
민비연 사건으로 무죄를 선고받은 피고인 5명중 10년이하의 구형을 받았던 박범진(조선일보기자) 박지동(동아일보기자) 피고인은 이날하오 서울구치소를 출감 석방된다. 10년 이상을 구형받은 피고인은 형사소송법상 무죄가 선고돼도 석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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