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문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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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금부터 10여년 전의 일이다. 남에게 처음으로 편지를 써본 것이 일선 장병에게 보낸 위문편지였다. 무심코 보낸 위문편지에 답장을 보내 준 군인아저씨의 편지를 작문시간에 큰 소리로 읽던 때가 어제 같은데 이제는 내가 군인이 돼서 위문편지를 받게 되었다.
국민학교 4학년짜리 이던 나에게 『네가 자라서 군인이 될 나이면 이미 통일이 돼서 살기 좋은 나라가 될 테니 l 공부하라고…』답장을 보내준 그 군인아저씨의 믿음직스럽던 말을 십 여년이 지난 오늘 눈발이 휘날리는 일선고지에서 되새기는 것이다.
일등별 계급장을 달고 첫 휴가를 갔던 날 내 가슴에 달린 작대기 두 개를 신기한 듯 만지작거리는 세 살짜리 조카 생각이 난다.
이 애가 자라서 청년이 될 때엔 전쟁을 모르고 자신과 국가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하루 속히 통일된 나라, 복된 사회를 만들어 주어야 되겠는데…。
나도 위문편지에 답장을 쓸 기회가 있다면 그전 그 군인아저씨가 내게 보낸 사연을 써 보내주리라.
『네가 자라서 군인이 될 나이에는 전쟁 없는 시대가 될 것이다.』
마음속으로 그렇기를 빌면서…。

<최영익·군우 157∼503 제 2군사령부 정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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