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광부의 반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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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으로 나가는 경우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노동자가 해외로 진출한 것은 불과 2∼3년전 일이다.
나는 지난 64년10윌 「서독 광부」라는 이름으로 한국을 떠나 그 곳에서만 3년 동안 「애배퍼우」광산에서 일하다가 지난 10월 다시 귀국했다. 떠날 때는 노동시장을 개척한다는 개척자로서의 긍지와 외화 획득이라는 욕망과 잘살아보자는 꿈을 함께 지니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떠날 수 있었으나 막상 그곳에서 일하는 동안 여러 가지 느낀 일이 많았다.
첫째, 우리나라 사람들은 조국과 민족을 사랑하는 자세가 서구 사람들과는 달랐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언제 어떤 장소에서라도 자기네의 조국과 민족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입버릇처럼 자랑도 하고 선전도 해댔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내가 「코리언」이라는 것을 떳떳이 자랑하는 사람이 드물었다. 가끔 들을 수 있었던 아리랑 곡조에 고국이 그리워서 눈물 흘릴 정도로 어찌 애국심이 강하다고 할 수 있을까?
둘째, 우리 나라 사람들은 인내력이 부족했다. 불과 3년 동안의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비록 사소한 일이기는 하지만 사고가 잦았다.
내 한사람의 과오가 전체 동료와 국가 민족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것 쯤은 수많은 해외 거주자가 모두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셋째, 한국 사람들은 낭비벽이 심했다. 수 많은 서독광부 또 파월 기슬자가 귀국했지만 과연 그들 가운데 몇사람쯤이 생활의 기반을 잡아왔는지 의심스럽다. 물론 굳은 신념과 세밀한 계획을 세우고 열심히 일했던 사람들도 많았지만 개중에는 「백원 벌어 백원 쓰는」그러한 사람도 있었으니 한심한 노릇이었다. 끝으로 최근 항간에서 말썽이 되고 있는 서독 광부 일부 무단 이탈이라는 사실에 대해서 직접 그곳이서 일했던 나로서는 일부 동료가 합법적인 절차를 밟아서 「캐나다」등지로 이민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오히려 장려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전 서독 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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