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획의 외자정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박기획은 취임과 더불어 외자도입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었다. 무모한 외자도입이 통화금융정세를 악화시킬뿐만 아니라 금융질서를 교라시켰다는 평가를 내리지 않을수 없게 된 상황에서 박기획은 (1)내자조달능력 (2)외화의질적 엄선 (3)국제경쟁력의 충족 (4)적정외자도입수준의 견지등을 골자로 하는 새정책의 대강을 밝혔던 것이다.
그동안 확정된 도입외자만도 9억불수준에 있으며 그 원리금상환압력도 적지않은 실정인데 11일에는 또다시 약 1억불의 외자도입이 승인되었다고 하다. 이로써 박기획 취임후에 두 번째가 되는 외자도입승인이 이루어진 셈인데 이번 승인된 사업내용을 보면 박기획의 정책방향과 어긋나는 점도 적지 않아 외자도입정책이 종래의 타성을 이어가지 않나하는 의구를 자아내게 한다.
우선 2건의 현금차관이 승인된 것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차관규모의 다과는 논외로 한다하더라도 현금차관이 게속된다는 것이 결코 건전한 것은 못된다. 내자조달능력이 없는 사업체의 투자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천명이 불과 월여만에 붕고된다는 것은 우려할만한 일이다. 현금 차관은 곧 통화증발로 연결되고 있다는 사실로보나, 일체의 현금차관은 산은이 맡고 그를 엄격히 관리해야겠다는 재무부당국의 방침으로 보나 지금 이시점에서 현금차관을 허용했다는 것은 석연치 못하다.
다음으로 발전시설이나 선박도입과 같은 거액차관을 조건이 불리한 상업차관으로 도입한다는 것도 박기획의 정책지침과 어긋난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전력문제가 시급하고 외항선의 확보가 절실하다 하더라도 사업의 성격상, 조건이 유리한 공공차관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상환기간이 짧고 10% 착수금을 내며 고금리를 부담하는 상업차관으로 이를 추진한다면 부담가중효과를 누적시킬 뿐이라 하지 않을수 없다. 장기성사업일수록 긴안목에서 추진해야만 무리가 없는것이며 때문에 장기사업일수록 외자도입의 엄선이 절실한 것임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셋째 소모방 면방등 방적산업의 시설확장을 위한 외자도입이 과연 오늘의 방적업게를 위하여 소망스러우냐하는 점도 그대로 넘기기 어려운 대목이다. 비교적 국내시장이 넓기 때문에 업자간의 시장점유율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독점체제의 확립을 위해서 과당 시설경쟁을 서두르고 있는데 아까운 외자로 정부가 시설경쟁을 부채질 하는 것이 소망스러운 것이냐 생각할 문제이다.
물론 시설확장은 국제단위화에 일보접근한다는 장점이 없지 앟으나 상대적으로 노동집약적인 이분야에서 반드시 국제단위가 소망스러운 것도 아니다. 또한 방적분야의 제품처럼 선진국의 보호조치가 심한 분야도 없는 것이므로 국제단위화에 의한 수출「드라이브」가 어려운 것도 이 분야이다. 따라서 일반론으로서의 국제단위화는 충분히 고려되어야 하지만 그것이 사업정책이나 효과면을 도외시한 무분별한 것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동안 무모하게 도입된 외자의 여파가 일조일석에 수습될 수 없는 것이라면 안정기조의 회복을 위해 당분간 외자도입은 보유하는 것이 원칙이며 필요불가결한 도입은 당초 밝힌대로 엄선해 줄 것을 당부하고 싶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