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피치] 가파른 연봉상승 전력 양극화 우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2면

프로야구에 연봉 2억원 시대가 열린 것은 '불과' 3년 전이다. 1999년 최고연봉은 정명원(당시 현대)의 1억5천4백만원이었다. 그해 가을 자유계약선수제도(FA)가 도입되면서 몸값이 치솟기 시작했다.

FA 연봉의 상승에 힘입어 2000년 정민태(현대)가 3억1천만원을 받았다. 프로야구 최고액 연봉이 전년도 최고액보다 1백% 이상 오른 것은 이때가 유일하다.

폭등하기 시작한 연봉은 불과 3년 만에 6억원 시대를 열었다. 올해 이승엽이 6억3천만원을 받지만 내년이면 그 액수도 '새발의 피'가 될 수 있다.

대형 FA 후보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뒤 이승엽을 비롯, 마해영(삼성).진필중(기아).정수근(두산).유지현.김재현(이상 LG) 등 초대형 우량주들이 FA가 된다. 이들은 역대 FA 최고액인 양준혁(삼성)의 4년간 27억2천만원을 넘어설 잠재력을 지녔다.

지금쯤 8개 구단 사장들은 샐러리캡(연봉총액 상한제)과 같은 제도적 장치 없이 FA를 도입한 것에 대해 땅을 치며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불과 3년 만에 연봉 총액의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연봉이 치솟다가는 수년 내 연봉 규모를 구단이 감내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특히 걱정스러운 부분은 구단 간의 균형이 깨져 '리그'라는 프로스포츠 고유의 형태가 흔들릴 가능성이다. 삼성 등 몇 팀은 고액 연봉을 견뎌낼 수 있을지 몰라도 나머지 팀들은 그렇지 않다.

연봉 축소를 위해 팀 전력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당장 올해 한화가 해외 전지훈련을 취소했다. 그 이전에 쌍방울.해태가 선수를 팔아가며 구단을 운영하다 사라졌다.

고액연봉 선수들이 특정 구단에 몰리게 되면 '정신력'으로는 더 이상 따라잡을 수 없는 전력의 한계에 부닥치게 된다. 그 경우 특정 팀의 독주가 계속되고 전력 평준화는 머나먼 얘기가 돼버린다. 그렇게 되면 '리그'는 균형을 잃고 팬은 떠난다.

이 같은 시나리오를 반박하기 위해 누가 일본의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예로 들려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일본 프로야구에서 요미우리는 아주 극단적인 특수성을 지닌 팀이다.

프로야구단 사장들은 또 한번 면피성 정책을 만들 궁리를 하기에 앞서 서울대 체육교육과 강준호 교수의 지적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

"무조건 샐러리캡과 같은 연봉 억제정책을 도입하려 들지 말고 더 근본적인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것은 곧 프로야구 시장이라는 '파이'를 키우는 것이다. 프로야구를 홍보.광고만의 차원에서 벗어나 스포츠 비즈니스로 봐야 한다.

먼저 그런 토대가 마련된 뒤 구단의 수입이 늘고, 이에 따라 선수의 수입도 늘어나는 것이 이상적이다. 파이가 커지려면 구단의 발상 전환은 물론 정부.지자체가 프로구단들에 비즈니스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

야구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