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베르 만화 시나리오 국내서도 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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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뇌'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프랑스의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42)가 신작을 내놓았다. 이번에는 만화다. 이름하여 'EXIT(비상구)'. 물론 그림을 그린 것은 아니고 시나리오를 썼다.

하지만 고교 시절부터 기획해온 만큼 치밀하게 설정된 플롯의 완결성은 소설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주인공은 미모의 비디오게임 잡지기자 아망딘. 엉터리 게임에 대해 좋은 평을 써주라는 상사에 반발해 사표를 내던지고 집에 와보니 애인은 다른 여자와 함께 침대에 있다. 게다가 집주인에게서 방을 빼달라는 통고까지 받는다. 그때 그녀가 본 한 인터넷 광고.

"삶에는 실패하셨습니까? 죽음에는 성공하십시오."

뭔가에 홀린 듯 인터넷 'EXIT'에 접속한 그녀는 얼결에 누군가를 죽이고 이제 누군가로부터 살해 당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사회병리 현상인 인터넷 자살 사이트(사실은 타살 사이트)라는 소재를 통해 현대인의 깊은 고독과 상실감을 적나라하게 해부한 베르베르는 여기에 특유의 음모론까지 결부시켜 독자들로 하여금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만든다.

베르베르는 "이 작품은 원래 영화 시나리오였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다행히 출판사 편집장이 만화로 만들자고 제안했다"고 출간 배경을 밝혔다.

만화는 '크립테의 광란의 밤'을 그린 알랭 무니에르와 '불사신'의 에릭 퓌에크가 맡았다. 애니북스가 1999년에 나온 에피소드1과 2000년에 나온 에피소드2, 지난해 나온 에피소드3을 묶어 1백44쪽 한권으로 출시했다. 1만3천8백원.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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