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마다 한 명씩 뽑는 하원보다 여러 명을 뽑는 상원이 더 복잡해 당선자가 확정되는 데 한 달쯤 걸리는 게 정상이다.
그런 만큼 전자투표 논의가 활발할 것 같은데 의외로 수도인 캔버라가 있는 ACT주만 전자 투.개표를 하고 있다. 1998년 첫 도입 때부터 이 과정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 필립 그린(41) ACT선관위원장이다. 그가 최근 한국을 찾았다. 중앙선관위가 17일부터 이틀간 연 전자투표 국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선거가 복잡하죠? 투표율을 높이는 게 고민인 한국과 달리 우린 95%쯤 돼요. 대신 투표하기 어렵다는 유권자들이 많아요. 그래서 전자 투.개표를 도입하게 됐죠."
그러나 의외로 전자 투표 비율은 높지 않다. 본격 실시한 2001년, 그리고 지난해 선거 때 각각 9%, 14%에 그쳤다. 나머지는 전통적인 종이투표였다. 정부와 의회의 동의, 각계의 자문과 검증, 대국민 홍보 등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신뢰도 문제가 제기된 적은 없어요. 소프트웨어의 소스 코드를 다 공개합니다. 지금도 인터넷 사이트에 있어요. 누구든 검증할 수 있도록 한 거죠. 유권자가 전자투표하면서 누른 키와 컴퓨터에 기록된 결과를 CD롬에 저장해서 돌리기도 합니다."
"연방 정부나 다른 주는 도입하지 않느냐"라고 물었더니 그는 "아직 (우리를) 지켜보는 상태"라고 했다.
그래서일까. 그는 우리나라 중앙선관위가 2008년 총선 때 전자 투표를 전면 실시하겠다는 계획에 대해 "3년이라면 길지 않은 시간인데 대단히 야심찬 계획"이라며 "어떻게 해나갈 지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고정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