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투표 신뢰도 시비 아직 없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상.하 양원제인 호주에서는 유권자들이 수십 명에 이르는 출마자들을 선호도에 따라 순위를 매기는 방식의 투표를 한다. 당선자는 획득 순위에 따른 복잡한 표 배분 과정을 거쳐 결정된다.

선거구마다 한 명씩 뽑는 하원보다 여러 명을 뽑는 상원이 더 복잡해 당선자가 확정되는 데 한 달쯤 걸리는 게 정상이다.

그런 만큼 전자투표 논의가 활발할 것 같은데 의외로 수도인 캔버라가 있는 ACT주만 전자 투.개표를 하고 있다. 1998년 첫 도입 때부터 이 과정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 필립 그린(41) ACT선관위원장이다. 그가 최근 한국을 찾았다. 중앙선관위가 17일부터 이틀간 연 전자투표 국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선거가 복잡하죠? 투표율을 높이는 게 고민인 한국과 달리 우린 95%쯤 돼요. 대신 투표하기 어렵다는 유권자들이 많아요. 그래서 전자 투.개표를 도입하게 됐죠."

그러나 의외로 전자 투표 비율은 높지 않다. 본격 실시한 2001년, 그리고 지난해 선거 때 각각 9%, 14%에 그쳤다. 나머지는 전통적인 종이투표였다. 정부와 의회의 동의, 각계의 자문과 검증, 대국민 홍보 등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신뢰도 문제가 제기된 적은 없어요. 소프트웨어의 소스 코드를 다 공개합니다. 지금도 인터넷 사이트에 있어요. 누구든 검증할 수 있도록 한 거죠. 유권자가 전자투표하면서 누른 키와 컴퓨터에 기록된 결과를 CD롬에 저장해서 돌리기도 합니다."

"연방 정부나 다른 주는 도입하지 않느냐"라고 물었더니 그는 "아직 (우리를) 지켜보는 상태"라고 했다.

그래서일까. 그는 우리나라 중앙선관위가 2008년 총선 때 전자 투표를 전면 실시하겠다는 계획에 대해 "3년이라면 길지 않은 시간인데 대단히 야심찬 계획"이라며 "어떻게 해나갈 지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고정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