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보경의 중국기업인열전 ⑫] 쿵푸경제의 본좌, 소림사 CEO 스융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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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寺)도 기업처럼 경영이 가능할까, 우리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된다. 하지만 중국이라면 가능하다. 쿵푸의 본좌 격인 소림사가 그렇다. 중국 허난성(河南省) 쑹산(嵩山)에 위치한 소림사는 15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조용한 사찰이 변하기 시작한 건 해외 MBA출신 스융신(釋永信?46) 스님이 방장(方丈)이 된 이후부터다.

그는 1981년 14세의 나이로 소림사에 출가했다. 6년 뒤에는 최연소 주지 스님이 됐다. 그리고 전임자인 사부의 지명에 의해 34세 나이로 방장에 올랐다. 불교계의 초고속 승진이라 할 수 있겠다.

스융신 스님은 1998년 ‘소림사 발전 주식회사’를 세웠다. 현재 소림사는 전통 중의학 비법으로 병원 사업을 한다. 또한 소림사 관광 수입을 비롯해 사찰 내 화려한 무술 공연은 필수코스로 인기가 많다. 쿵푸 신발과 티셔츠 등을 온?오프라인으로 판매한다. 이외 소림 영화 사업, 무술학원 운영, ‘소림 기전’이라는 인터넷 게임에 이르기까지 다각화된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2005년에는 ‘펑중소림(風中少林)’이라는 무술 공연을 기획해 미국에서 약 800만 달러의 수익을 냈다. 이를 계기로 29개국 국가의 50개 도시에서 무술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소림사’를 브랜드로 한 명실상부 글로벌 기업이다.

소림사 내 무술학원

사실 그가 절을 기업식으로 운영하는 것에 대해 여전히 사회적 논란이 많다. 불교문화를 상업적으로 이용해 세속화 시킨다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2001년에 그는 소림사가 있는 허난성 덩펑(登封)시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아 사찰 정비에 들어갔다. 소림사라는 브랜드 가치에 주목한 지방 정부가 돈벌이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당시 맺은 계약에 의해 현재 소림사 관광수입의 70%는 지방정부의 몫으로 돌아간다.
이 때문에 그는 승려가 아닌 ‘정치인’이라고 세간의 손가락질을 받았다. 특히 사찰정비를 위해 주변 가옥들과 1000여 곳의 상점, 무술학교 등을 강제로 철거하면서 주민들의 원성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스융신은 비즈니스는 불교를 알리는 수단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또한 상업성 보다는 중국의 불교문화를 전파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정부의 협력이 필요한 것이라고 딱 잘라 말한다. 일부는 명분을 뛰어넘어 실질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나서는 그의 적극적인 리더십을 높이 평가하기도 한다. 마치 덩샤오핑이 사회주의 체제를 뛰어넘어 중국식 자본주의를 보여주듯이 말이다. 순수성을 잃어가는 관광지와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전도사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속에서 오늘도 소림사는 가장 중국다운 자본주의를 보여주고 있다.

☞신보경 한화생명 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중국 상하이 푸단(復旦)대학에서 국제경제를 전공했으며, 현재 중국 경제 및 기업을 연구하고 있다. shinbo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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