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추억] 의용수비대 출신 김영복씨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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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지키기에 평생을 바친 김영복(사진)씨가 25일 오후 별세했다. 84세.

 울릉도 출신인 고인은 1954년 5월 독도지기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그의 나이 스물 다섯. 한 해 전부터 일본이 독도에 상륙해 한국 어부의 위령비를 파괴하고, ‘시마네현 오키군 다케시마’라 적힌 말뚝을 박는 등 독도 침탈 행위가 잦았던 때다. 일본은 독도에서 미역을 채취하는 우리 어민을 내쫓기도 했다. 울릉도에선 일본의 독도 침탈을 규탄하는 궐기대회가 날마다 열렸다. 울릉도 주민들이 독도의용수비대를 조직했다. 고인을 비롯한 의용수비대 10여 명은 일본 순시선과 수산시험선이 독도에 접근할 때마다 총을 쏴 퇴각시켰다. 박격포로 일 순시선에 대항하기도 했다.

 고인은 55년 동료 8명과 울릉경찰서 경찰관으로 특채돼 독도에서 경비대원으로 일했다. 물이 부족해 절벽에 콘크리트로 물받이를 만든 뒤 빗물을 식수로 사용했다. 갈매기 배설물로 오염된 물 때문에 병에 걸려 큰 수술을 받기도 했다. 그는 울릉도와 독도를 경비하는 화랑호 선장을 지낸 뒤 74년 퇴직했다. 96년 보국훈장 광복장을 받았다. 유족은 부인 정분수(78)씨와 1남 4녀. 빈소는 경북 포항 선린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27일 오전 8시, 장지는 국립영천호국원이다. 054-245-5418.

대구=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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