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지킴이 '아름지기'의 아름다운 바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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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아름지기 바자 행사장에서 이운경·한봉주 운영위원, 정민자 고문, 배혜순·장순희 위원, 신연균 이사장, 위미라·이명희 위원(왼쪽부터)이 기념촬영 했다. [오종택 기자]

25일 오전 10시40분쯤.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서관 포스코 미술관 입구에 긴 줄이 늘어섰다. 오전 11시에 개장하는 ‘아름지기 재단 기금마련 바자’ 입장을 기다리는 200여 명의 사람들이었다. 맨 앞줄의 40대 주부 2명은 “9시가 되기 전부터 줄서 기다렸다. 바자의 취지가 좋은 데다 파는 물건도 좋다는 소문이 나 서둘러 왔다”고 했다.

 우리 전통 문화의 보존과 계승을 위해 활동하는 비영리 재단법인 ‘아름지기’와 프리미엄 멤버십 월간지 ‘헤렌’이 공동 주최한 이날 바자는 올해로 네 번째다. 신연균 아름지기 이사장은 “재단 활동에 따뜻한 마음으로 응해 주는 분들이 많아 해를 거듭할수록 행사가 풍성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름지기는 지난 2001년 ‘현대인의 의(衣)·식(食)·주(主)·행(行)을 위한 전통의 현대화’ ‘문화유산 주변환경 가꾸기’ ‘전통의 창조적 계승을 위한 교육 및 연구’ 등을 위해 설립된 단체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바자에는 에르메스·불가리·피아제 등 해외 유명 브랜드 가방과 액세서리 등 각종 생활용품과 화장품 등이 30~50% 할인된 가격에 판매됐다. 대개의 브랜드는 물품을 기부하거나 판매 수익 중 상당액을 재단 기금으로 후원하며 참여했다. 아름지기 회원들이 엄선한 장류와 건강 간식 등 식료품도 인기리에 판매됐다. 특히 재단 회원들이 기부한 재킷·코트 등 중고 의류는 1만~2만원에 판매돼 이 코너 앞에는 따로 긴 줄을 서야 할 정도로 북적였다.

 행사엔 전통 공예 전시와 우리 미술품 소개 공간도 마련됐다. 지난해에 이어 기획전시로 마련된 ‘끽다락: 차와 하나되는 즐거움전(展)’ ‘아트 앤 크래프트’ 전시가 그것이다. 나전칠기 등 전통 공예 생활용품과 탁주잔 등 전통을 현대화한 상품들도 판매됐다. 소나무 노트, 반달잔 등을 내놓은 김종환 작가는 “전통이 디자인의 힘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걸 아름지기 활동을 통해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바자에선 최근 ‘디자인 마이애미/바젤’ 선정 ‘미래의 디자이너’에 한국인으론 처음 꼽힌 송승용씨의 머그잔도 주목을 받았다.

 이날 아름지기 운영위원 이명희씨(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부인) 등 10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은 앞치마를 두르고 행사가 끝나는 오후 4시까지 5시간에 걸쳐 물품을 판매했다. 2000여 명이 다녀간 이날 바자의 수익금은 약 2억5000만원으로 집계됐다.

글=강승민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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