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국·인도보다 중산층 에너지 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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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탈리아 최대 로펌은 GOP(Gianni, Origoni, Grippo, Cappelli & Partners)다. 변호사만 360명. 우리나라로 치면 ‘김앤장 법률사무소’쯤 된다. GOP 설립자이자 회장인 프란체스코 지아니(62·사진) 변호사가 환태평양변호사협회(IPBA) 연례총회(17~20일) 참석차 서울을 찾았다.

지난 19일 서울 광장동 W호텔에서 만난 지아니 회장은 “한국 방문은 처음인데 중국이나 인도에 비해 훨씬 개방적이고 능동적인 것 같다”며 “또 노동자의 수준이 매우 높고 중산층의 에너지가 강해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한국보다 경제 규모는 크지만 관료주의적이며 정부의 힘이 너무 세다”고 했다.

 GOP는 2011년 한국기업 이랜드가 이탈리아 패션 가방 브랜드인 ‘만다리나 덕’을 인수할 때 법률 대리를 했다. 이후 한국 기업들의 이탈리아 진출이 점점 확대되자 지난해 이탈리아 로펌 중 처음으로 ‘코리아 데스크’를 만들어 한국 기업에 대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코리아 데스크의 책임자로는 한국 출신 김수연(41·여) 변호사를 영입했다. 그는 이번 방문에서 한국 메이저 로펌 5~6군데와 대기업 몇곳을 방문해 회사를 소개하고 상호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 컨설팅하는 한국 기업은.

 “이랜드 외에 현대자동차, 아시아나항공, LG패션 등이 주 고객이다. 이들은 이탈리아 럭셔리 패션 브랜드와 자동차 부품업체에 관심이 많다. 이들을 위해 노동문제, 세금, 상법 등에 대해 컨설팅하고 있다.”

 - 이탈리아 사람들이 한국 기업을 잘 아나.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등은 이미 이탈리아 내에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들 기업은 상당한 브랜드 파워도 지녔다. 특히 기술력이 뛰어나다고 본다.”

 - 미국 로펌에서 근무하다 고국으로 돌아가 최대 로펌을 일궜다. 자신만의 비결이 있나.

 “로마대학 졸업 후 미국 미시간대 로스쿨에서 LLM(법학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대형 로펌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러나 이탈리아인으로서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1988년 고향으로 돌아와 로펌을 세웠다. 우선은 목표를 간결하고 정확하게 세운 뒤 로펌 내 변호사 및 고객들과 신뢰관계를 형성하려 노력했다. 가장 중요한 건 신뢰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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