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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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공산군은 최근 사뭇「게릴라」식 도발을 하고 있다. 전방의 미군막사를 습격도 하고, 군사도로에 지뢰도 묻는다. 후방의 뜻하지 않은 곳에 무장간첩이 출몰하는 일도 잦다. 이른바 「불안요소」를 침식시키려는 변칙적 전투행위이다. 19세기 초엽 「스페인」국민은 각지에서 반란을 일으켜 「프랑스」군을 패퇴시켰다. 「게릴라」라는 말을 이때부터 유행되었다. 「스페인」의 「게릴라」대가 승리를 거둔 것은 그 당시 「스페인」국민의 깊은 관용과 동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게릴라」의 가능성은 바로 그 「심파디」에 있는 것이다. 제2차대전 당시의 「레지스탕스」운동은 얼마나 감동적이며 우리의 심금까지 흔들어 주는가.
「베트콩」의 「게릴라」전도 쉽게 파멸되지 않는데에는 심각한 원인들이 있다. 지난 27일 미국하원소위원회가 제출한 『「베트남」정책비판의 보고서』에 의하면 월남원조물자의 40%는 「블랙·마키트」로 흘러 나가고 있다. 그보다도 충격적인 사실은 월남의 1만2천5백여 촌락중에서 월남의 확실한 지배아래 있는 곳은 1백68개소이며 4천여개의 촌락은 「베트콩」의 지배를 받고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월남인의 무관심아니면, 싫든좋든간에 「베트콩」에 대한 묵인, 또는 동정적 동조에서 가능한 것이다.
북괴공산군은 확실히 무엇인가 오산하고 있다. 그것은 「게릴라」식이 가능할만큼 그들이 남한국민의 동정을 받을수도 있다는 환상이 아니겠는가. 동란을 치른이후, 적어도 오늘의 상황에서 그것은 망상임에 틀림없다. 「기습」과 같은 도발이나 살육행위는 오히려 증오감을 더 자극할뿐이다.
분단22년이 오로지 냉벽이었으며, 통일에의 여명이 도무지 암담했던 것은 이런 이성부재의 전략때문이 아니었을까.
섬뜩하는 간첩사건을 볼 때마다 한국통일의 길은 참말 멀다는 것을 가슴아프게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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