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량이 가장 셌던 노태우…경호 가장 어렵기는 YS·노무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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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노태우·김대중·김영삼·노무현 전 대통령. 청와대에서 다섯 명의 대통령을 경호한 염상국(사진) 전 경호실장이 22일 JTBC ‘임백천·임윤선의 뉴스콘서트’에 출연해 경호 뒷얘기를 풀어놨다.

  염 전 실장은 “경호하기 힘들었던 대통령은 누구였는가”라는 질문에 “김영삼·노무현 전 대통령”이라고 답했다. 이유는 이랬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하루도 조깅을 거르지 않았다. 청와대에서의 조깅은 통제가 가능했지만, 문제는 해외에 나가서도 조깅을 거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는 “1994년 일본 오사카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갔을 때였는데, 태양공원이라는 곳에서 조깅을 하셨다”며 “조깅 라인이 미리 정해진 것이 아니어서 경호실 직원이 중간중간 배치돼 있었고, 그것을 동선 삼아 뛰었다. 비가 내려 중간에 조깅을 다 마치진 못했던 걸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김 전 대통령에게 조깅은 늘 즐기며 건강을 챙기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이 마사토 같은 부드러운 흙에서 뛰는 걸 좋아해 장소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는 뒷얘기도 소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염 전 실장은 “취임 초기에 교통통제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는데, 국민을 위한 마음이셨지만 경호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시간이 좀 흐르자 경호의 고충이나 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받아들여준 분”이라고 기억했다.

 부인에게 가장 잘한 대통령을 묻는 질문엔 “전두환 전 대통령은 주말에 꼭 이순자 여사와 운동을 하는 등 관심을 많이 보였다”고 했다. 주량이 가장 센 대통령으론 노태우 전 대통령을 꼽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골프를 가장 즐겼던 대통령이었다고 기억했다.

  염 전 실장은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 때 경호를 맡아 북한을 방문했다. 염 전 실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악수하는 사진도 소개됐다. 당시 김 위원장이 “경호실장이 고생이 많습니다”라고 말을 건넸다고 기억했다. 또 “김 위원장이 오찬에서 ‘나는 와인을 못 마실 정도다’라고 말해 건강이 나빠지고 있는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했다”며 “병약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건강한 얼굴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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