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내생각은

'북한 폭격론'은 미친 아이디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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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지난 12일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 오피니언 페이지에 실린 한 기고문은 위험한 주장을 담고 있다. 제목은 ‘더 늦기 전에 북한을 폭격하라’. 필자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의 제러미 수리 교수다. 미국이 북한 미사일 기지에 전술적 폭격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수리 교수는 북한의 위협이 지닌 성격을 오해하고 있다. 김정은은 미국을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다. 북한의 전략이 위기를 조성한 뒤 평화의 대가로 뇌물을 얻어 내려는 것임은 모두가 알고 있다. 북한이 정말로 전쟁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또한 마찬가지다.

 하지만 실제로 스텔스기의 폭격을 당할 경우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에 대해 정말로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 만일 이 폭격을 존재에 대한 위협으로 느낀다면(그럴 가능성이 크다) 서울이 보복공격을 받을 위험이 있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폭격이라는 미친 아이디어가 권위 있는 신문에 실려 미국 대중에게 소개됐다는 사실은 당혹스럽다. 사람들은 댓글을 달고 블로그에서 토론을 벌이고 있다. 과거엔 생각할 수도 없었던 무엇이 이제는 논의의 대상이 된 것이다.

 사담 후세인은 실제로 대량살상무기가 없었는데도 축출당했다. 김정은은 실제로 이를 지니고 있다. 미국 내에서 북한을 상대로 군사적 행동을 요구하는 여론이 생겨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란과 달리 북한에는 석유가 없다는 사실에 우리는 감사해야 할 것이다. 만일 북한을 폭격함으로써 치러야 하는 대가가 있다면 이는 수리 교수나 미국 시민의 몫은 아니다. 그 대가는 한반도에 사는 우리들, 즉 남한과 북한이 치르게 될 것이다. 필자는 뉴욕타임스에 반론문을 보냈고 이것이 게재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독자들이 내 의견에 공감한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문제의 기고문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 바란다. 다니엘 튜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서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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