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국자의 날' 본토 테러에 경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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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보스턴마라톤 결승선 인근에서 연쇄 폭탄 테러가 발생해 3명이 숨지고 140여 명이 다쳤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12년만의 미 본토 내 테러로 미국인들은 충격에 빠졌다. 폭발로 다리를 다친 한 남성이 테러 현장에서 걸어 나오고 있다. [보스턴 AP=뉴시스]

미국의 악몽이 재현됐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12년 만에 미 본토에서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테러가 터졌다. 15일 오후 2시50분(현지시간) 보스턴마라톤을 피로 물들인 폭탄테러로 3명이 숨지고 140여 명이 다쳤다. 인명피해는 9·11 때보다 적었지만 중계화면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진 공포는 미 국민을 경악시켰다. 폭탄으로 시민들의 다리만 잘려나간 게 아니라 “오사마 빈 라덴의 죽음으로 세계는 더 나아졌고 안전해졌다”던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선언(2011년 5월 2일)도 깊은 상처를 입었다.

 초점은 테러가 누구의 짓이냐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테러가 발생한 지 3시간여 만에 발표한 대국민 담화에서 “폭발 사건”이라고 말했지만 16일 오전 기자회견에선 "이번 사건은 테러 행위”라고 명확히 규정했다. 아직 테러 용의자, 범행 동기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밝히면서도 ‘미국에 대한 테러’로 강력히 대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번 테러가 알카에다 같은 외부세력의 소행일 수 있다. 이 경우 미국이 해온 ‘테러와의 전쟁’이 또다시 도전에 부닥친다. 지난해 9월 11일 리비아 벵가지의 미 영사관 테러에 이어 미 본토에서마저 보안이 뚫린 것이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과의 연쇄 전쟁이 테러세력을 근절시키기는커녕 거센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의미다.

 더 큰 문제는 내부 ‘자생테러’ 가능성이다. 총기규제법 통과에 애쓰고 있는 오바마 2기 행정부를 농락하려는 세력의 소행일 수 있다. 사건이 벌어진 15일은 극단주의 세력이 종종 목표로 삼는 ‘애국자의 날’이다. 비교적 소형인 테러 규모나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제폭발물 등으로 미뤄볼 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바깥의 적 소탕에 힘쓰다가 내부의 곪은 상처를 키운 미국의 대테러 정책 12년이 도마에 오를 수 있다. 미국은 벵가지 테러의 배후로는 이슬람 극단세력을 의심해 왔다. 보스턴 테러의 주체가 외부세력이건 내부단체이건 미국의 대내외정책을 둘러싸고 국론분열이 초래될 수 있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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