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손·검은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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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임시 휴교덕분에 며칠동안 짬을 내어 시골에 다녀왔다.
밤차는 밤바람을 시원하게 일으키면서 달리고 손님들은 모두 눈을 감고 있었다.
잠결에 어디쯤인지는 알 수 없었다. 갑자기 「쨍」하는 소리와 함께 옆자리에 앉은 부인이 비명을 올리며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얼굴에는 온통 피가 낭자했다. 나는 달리는 기차에 돌을 던지는 것을 보기는 처음이었다.
○…해가 돋으려면 아직 멀었는데 들에는 많은 농부들이 들일에 골몰했다. 기차는 산과 들을 지나고 큰 산모퉁이를 돌아섰다. 국민학교 아이들이 떼를 지어 한 길가에 「코스모스」를 심고 있었다.
기차가 앞을 지나자 아이들은 조그만 손을 흔들어 주었다.
○…같은 손이지만 하는 일이 어쩜 그렇게 틀릴 수 있을까?
「코스모스」를 심는 손이 또는 지나는 기차손님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는 손이 커서 돌 던지는 손이 될까? 고향 역에 마중 나온 동생의 조그만 손을 잡으며 나는 흰 손 검은손을 생각했다. <오은수·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청량리 2동 203의 43·양문화씨 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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