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일의 위신과 겸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36개국에서 1백70명의 특별 경축사절까지 참석하는 제6대 대통령 취임식이 사흘 뒤로 다가섰다. 비록 6·8총선 뒷수습을 둘러싼 정치적·사회적 마찰이 제거되지 않은 가운데 베풀어지는 취임식이긴 하지만 그 규모는 유례 없이 큰 것이 돌듯하다.
스스로의 의지와 선택으로 제6대 대통령을 뽑은 국민적 입장에서 볼 때 그 날은 국민주권의 결정을 상징하는 날인 까닭에 국민 누구나가 심축하는 태도를 표시하여야 할 것이다. 그것은 민주주의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며 문화민족이 걸어 갈 공도일 것이다. 불만을 달래고 반발을 삼가면서 우리 자신이 뽑은 대통령의 취임을 내외 환경중에 절도와 축의로써 치러야 하겠다. 자율적인 국민의 놓은 품격을 내외를 향해 과시할 때도 바로 이 때이다.
만약에 그렇지 못하고 그 날의 뜻을 짓밟는 사태가 야기된다면 우리가 받을 수모는 오래오래 씻겨지지가 어려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롱 당한 국민주권도 그 명예의 회복에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7월1일을 보람되게 하기 위하여 먼저 정부·여당에 이렇게 제의한다.
7월 1일을 맞고 보내는 뜻을 높이기 위하여 그 여건조성을 위한 최대의 정치적 현명을 발휘하라고. 지금 국민들은 어느 누구도 그 날의 경축을 거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반면에 지금 국민들은 어느 누구도 석연한 마음으로 그 날을 맞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정부측에서 거듭 천명하고 있듯이 「데모」요인은 잔존하고 있으며 야당 측에 의한 전면적 반발의 분위기도 전혀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말하자면 아직도 정치적·사회적 분위기는 어수선하며 그 전망에 있어서도 갈피를 잡지 못할 형편에 있다.
다대수 국민과 언론이 낙관적 전망을 걸어봤던 박 대통령의 6·16특별회담에도 불구하고 정국은 공전을 되풀이 해왔다. 오히려 그 심층에선 보다 경화된 인상조차 없지 않다. 검찰의 수사태도가 국민의 분명한 납득을 얻지 못했던 것을 비롯하여 정부·여당의 어느 일각에서도 진실한 자숙자계의 빛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지는 않았다. 대야접촉의 자세에 있어서도 정부·여당이 취한 태도를 국민들은 전면적으로 신뢰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7월 1일을 뜻 있게 보내려는 양식 있는 국민의 불만은 오직 야당에만 향해 있지 않다는 것을 정부·여당은 명심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긴장해소를 위한 여건조성에 있어서의 고도의 윤리와 현명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선거난동의 책임을 명분으로 하여 내무장관을 경질한 것은 우리 요구의 일단을 충족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보다 더 숙정 하는 겸허의 태도가 아쉽다.
한편 야당에 대해서도 7월 1일을 전후하여서는 정치적 반발의 행동화를 삼가 달라고 제의한다. 물론 정치적 발언의 기회와 장소조차 정부가 앗아갔다는 변명이 성립될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 하더라도 야당정치인 또한 국민의 일원임을 망각할 수는 없다. 그들도 최소한도의 국민적 도의는 발휘할 의무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야당인이라 해서 여당 출신 대통령 취임을 욕되게 할 아무런 권리도 없다. 두 말 할 것도 없이 대통령은 국민이 선출한 국민의 대통령이며 이 국가의 원수이다. 명예로운 그 취임의 날을 무질서와 적의 속에서 보낼 수는 없다. 그것은 야당을 욕되게 하는 것일뿐더러 민족과 국가의 체통을 손상케 하는 결과가 될 것이겠기 때문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