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빠지는 스마트폰 … 50만원대 보급형 봇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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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이동통신 시장이 보조금 중심 경쟁에서 벗어나면서 휴대전화 단말기 값에 낀 거품이 빠지고 있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도 고가 전략폰에서 저렴한 보급형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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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텔레콤은 15일 “합리적 가격대, 편리한 기능, 다양한 부가 혜택 등 3박자를 고루 갖춘 ‘착한 폰’ 마케팅을 16일부터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첫 번째 착한 폰 모델은 팬택 ‘베가S5 스페셜’과 LG전자 ‘옵티머스 LTE3’ 등 2종이다. 베가S5 스페셜은 이달 1일 출시된 모델로 출고가가 51만9000원이다. 지난해 7월 선보인 베가S5의 변종 모델인데, 이 스마트폰의 출시 당시 출고가는 95만원이었다. 팬택이 LTE 스마트폰을 출시한 이후 보급형 모델을 내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옵티머스LTE3는 지난달 8일 출시해 당시 출고가가 65만원이었지만 이번에 값을 더 낮춰 59만9000원에 판매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정한 보조금 상한액(27만원)을 감안하면 이들 최신 스마트폰을 모두 20만원대에 살 수 있는 셈이다. 조우현 SK텔레콤 영업본부장은 “지난달 출고가가 90만원 이상인 고가폰의 판매는 30% 줄어든 반면, 50만~80만원대 단말기 판매량은 2월보다 45% 이상 늘었다”며 “연말까지 착한 폰 3~4종을 추가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휴대전화 단말기 가격이 내려가고 저렴한 보급형 스마트폰이 인기를 끄는 것은 과다 보조금 지급에 대한 정부의 단속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휴대전화 시장은 ‘보조금 빙하기’로 불릴 정도로 냉각됐다. 단말기 값이 100만원에 육박하는 터라 합법적인 보조금을 감안해도 70만원대에 스마트폰을 사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보조금 경쟁을 못하게 된 이통사들은 음성통화 무제한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요금제로 승부수를 띄웠다.

  보조금을 통해 높은 출고가를 상쇄해 왔던 단말기 제조사들도 프리미엄급 LTE 스마트폰 일변도에서 보급형 스마트폰으로 기종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출고가 72만6000원의 갤럭시그랜드를, 2월엔 79만7500원에 갤럭시팝을 내놨다. LG유플러스는 지난달 일본 제조사인 NEC카시오와 손잡고 침수 및 충격에 강한 아웃도어용 LTE 스마트폰 ‘지즈원’을 48만원에 출시했다.

  이미 나온 스마트폰 가격도 점점 내려가고 있다. 보급형 스마트폰인 삼성전자의 갤럭시그랜드와 갤럭시팝은 지난달 말 각각 65만4500원, 71만5000원으로 값이 내려갔다. LG전자의 옵티머스 LTE3도 종전보다 10% 이상 가격을 인하했다. 프리미엄급 모델인 삼성전자의 갤럭시S3는 지난해 가을 첫 출시 땐 출고가가 99만4000원이었지만 이후 두 차례에 걸쳐 값이 내려 최근엔 79만97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LG전자의 옵티머스뷰2는 최근 출고가가 69만9600원으로 첫 출시 때보다 30만원 가까이 싸졌다.

 휴대전화 출고가 인하에 따라 ‘호갱님(고객+호구)’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휴대전화 판매점들은 정보기술(IT) 방면에 해박한 청년층에는 보조금을 최대로 지급하고, IT에 어두운 중장년·주부층에는 보조금을 적게 지급해 마진을 극대화하는 관행이 있었다. 예를 들어 갤럭시S3의 출고가가 약 89만원이고 리베이트가 50만원이라고 가정하자. 리베이트는 이통사나 제조사가 판매점에 지급하는 마진과 보조금을 합친 금액을 말한다. 판매점은 청년층이 오면 리베이트에서 마진 10만원만 챙기고 보조금 40만원을 써 갤럭시S3를 49만원에 팔았다. 그러나 중장년층이 오면 마진 30만원을 챙기고 보조금으로는 20만원만 써서 69만원에 파는 식으로 이들에게 ‘덤터기’를 씌웠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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