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9호선 국회 우회통과 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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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논란이 계속됐던 서울지하철 9호선의 국회 통과구간이 의원회관 바깥쪽으로 통과하도록 최종 결정됐다.

최종 노선은 국회정문에 정거장을 만들어 국회 의사당과 의원회관 사이를 지나도록 한 당초안과는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서울시가 역세권내 정거장 설치 등 시민 편의성 차원보다는 국회의 압력을 받아 변경한게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서울시 지하철건설본부는 15일 9호선의 국회통과 구간의 노선 결정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갖고 "의원회관 바깥쪽과 KBS 앞 20m 도로를 통과해 5호선 여의도역과 연결되는 선형으로 도시계획 절차를 추진키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장석효 본부장은 "당초안대로 의사당과 의원회관 사이를 통과하는 경우 의사당건물의 노후화로 근거리 통과시 안전문제가 우려되고, 의사당과 의원회관 사이에는앞으로 지하주차장을 포함한 건물신축 부지라는 점에서 지하철 통과시 지하공간 활용에 제한을 받게 된다는 국회의 의견을 수용했다"고 노선변경의 이유를 설명했다.

장 본부장은 "국회의 의견에 대해 그간 심도있는 검토를 한 결과, 의원회관 바깥쪽을 가는 노선이 오히려 정문 통과 노선보다 노선길이도 짧고 역사 깊이도 낮아시민이용에 편리할 뿐만 아니라 국회와도 협의가 용이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시는 이번 국회통과 노선이 결정됨에 따라 9호선 전체 14공구중 이미 공사계약이 이뤄진 7개 공구외 나머지 공구도 공사계약을 추진, 다음달 3일 착공식을 갖고공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변경된 노선은 국회 정문에서 영등포쪽으로 약 50~60m 떨어진 곳에 정거장이 생겨 의원회관과 바로 연결된다.

그러나 당초안대로 5호선 여의도역에서 직선으로 연결되는 국회 정문에 정거장이 생기는 경우와 비교해 역세권 이용 측면에서나 국회 정문에 몰린 버스 정류장에내린 승객들이 지하철로 환승하는 경우 등을 고려할 때 동선이 길어지는 등 많은 불편함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9호선에 도입될 급행열차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국회 의사당이 지난 75년 지어져 상당히 노후화돼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개인건물의 경우 이 정도의 노후 상황에서는 대부분 해당 건물을 통과하는 데다 이번 경우에도 기술적으로 문제 없이 공사를 할 수 있다고 서울시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노선 변경은 '국회 권력남용'이라는 지적이다.

회사원 김모(서울 성북구 돈암동.34)씨는 "국회의 중요성은 인정하나 서울시측에서 문제가 없다고 하는 데도 우회통과토록 한 점은, 과연 개인의 경우에도 서울시가 이같이 양보했었겠냐고 생각해보면 시가 국회의 압력에 굴복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김포공항~여의도~고속터미널~코엑스~방이동을 연결하는 총 연장 38㎞의 9호선은 오는 2007년 완공될 예정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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