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을 읽는 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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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신문이요」 배달부의 목소리는 나에겐 제일 반가운 소리다. 아무리 급한 일을 하다가도 신문이 오면 먼저 보아야지 그냥은 견딜 수 없어 내가 생각해도 야속할 정도다.
『저 계집애 시집가서도 저 짓 하다간 쫓겨 날거야. 그래도 날 원망은 말아라』 충고인지 꾸중인지 모를 엄마의 말씀이다.
『유식하니까 신문을 읽어야지』 등등 식구들의 비웃음을 귓전에 흘리며 신문을 펴드는 내 마음은 슬픔도 괴로움도 어느새 잊고 우스운 기사엔 웃기도 하고 반가운 소식엔 기뻐하며 신문과 더불어 피로를 푸는 짧은 시간이 나에겐 제일 즐거운 시간이다.
머리가 무겁고 기분이 나쁠 때 남에게 버림을 받았을 때 조용히 앉아 신문을 펴들면 그 속에 실려있는 온갖 세상 이야기에 슬픈 마음은 깨끗이 가시어지고 평온한 웃음이 내 몸을 감싸준다. 그러기 때문에 신문은 나에게 유일한 벗이 되어 준다.
오늘도 할머니가 밖에서 신문을 가지고 오시며 『받아라 점심이고 뭐고 신문이나 읽어라』 나를 조롱하는 말씀이지만 나는 그러겠다는 듯이 씽긋 웃고 신문을 펴든다. 『빨리 점심해라 늦으면 어떻게 할라구』 어머니 말씀을 들으면서…. <이숙희·21세·월성군 선북면 모아2리 과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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