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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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백척간두에 진일보』라는 말이 있다. 막다른 위험까지 가서 거기서 한 걸음 더 나간다는 뜻이다. 극한 점에서 한 걸음 더 나가면 그것은 자폭을 뜻한다. 그러나 이것은 동시에 백척간두에서 내려오기 시작한다는 뜻으로 되겠다. 겁을 집어먹고 덜덜 떨면서 내려올 수도 있고, 파국을 넘어서기 위해서 자폭보다 더 큰 용기를 가지고 내려올 수도 있다.
지금 극한 점에서 맞서고 있는 여·야의 대립은 백척간두에 진일보의 용기 없이는 해결할 수 없는 곳까지 왔다. 대학생의 「데모」도 작은 문제가 아니거늘 고등학생까지 「데모」에 나섰으니 보통 일이 아니다. 여·야 정치인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설마 『자폭하자! 너 죽고 나죽자!』고 할 사람은 없을듯하다. 백척간두에서 내려와야 한다. 체통이 깎이고 망신을 하더라도, 아무리 이해관계가 해결하기 힘들더라도 내려와야 한다.
중동에 전화가 불타오를 때 미·소의 양수 뇌는 처음으로 「홋라인」(직통전화)을 써시 전쟁불확대를 서로 확인했다. 「아랍공」의 참패는 소련의 체면을 크게 손상시켰다. 소련은 「아랍」권의 신용을 잃어버렸다. 소련의 난처한 입장은 미국에도 큰 반향을 일으켜 소련을 궁지에서 건져내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는 설까지 있다.
이런 세계의 움직임을 보면 우리는 역사의 흐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느낌이 든다. 적대관계에 있던 미·소가 파국을 넘어서기 위해 「홋라인」을 통해 협력하게 되었는데 우리의 정치인들은 도대체 어떻게 된 사람들인지 알 수 없다.
여·야는 우선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없는 극단적인 주장부터 철회해야할 것이다. 이번 사태는 정부와 여당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으니, 제볼기 치는 시늉 같은 것으로 국민의 분노를 가라앉힐 생각은 아예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지금은 진지한 결단이 내려져야 할 때다. 먼저 통쾌한 결단을 내리면 여·야간에 늦게나마 「홋라인」이 가설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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