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중편 제2작 16일부터 연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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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다섯 작가 전작중편의 제2작 박경리 여사의 「뱁새족」이 오는 16일부터 연재됩니다. 삽화는 문학진 화백이 계속 담당합니다. 박 여사의 정치하고 예리한 작품과 문 화백의 화사한 화상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룰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성원을 바라마지 않습니다.

<작가의 말>
소설을 써 가는 동안 불쾌감을 느낀 일이 한 두번이 아니다. 작중인물 중 단 한사람이라도 쭉 뻗은 성격을 그리고 싶었다. 그러나 끝내 모든 등장인물은 희화로 멀어지고 맹렬히 조롱할 수밖에 없었던 심정이 괴롭다. 남의 이야기인 동시, 지금 이 시점에서 남들과 함께 열심히 뛰고 있다고 생각하는 작가의 경우도 물론 조롱을 면할 수는 없을 것이며 자화상임을 어찌 부정하겠는가. 광대 짓을 한 자신에 연민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는 사람의 수효는 오늘도 내일도 줄어만 갈 현실에서 심각한 사랑이야기를 하고 원대한 희망을 피력하고 양심을 논하여 보았댔자 그것은 관중의 눈을 모을 뿐 청중은 없다. 원형적 인간은 이제 소설무대에서도 사라져가야 하는 것일까.

<화가의 말>
박경리 여사의 소설은 퍽 내면적이다. 심리적인 여운이 깊은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화가는 이런 작품을 마주할 때면 여간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상황의 전달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상황을 노출시켜야하기 때문이다. 김승옥씨의 경우와는 다른 수법을 시도한다. 소설의 분위기가 판이한 것도 그렇지만, 독자들에게 신선한 감각을 전달해야하는 것도 꼭 신문의 기교만은 아닐 것이다. 다행한 것은 전작을 놓고 화상을 구도 할 수 있다. 작품의 전체를 소화하고 난 후에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은 회화와 문학과의 조화를 의미한다. 감히 그 조화를 따라가는 「뱁새」의 걸음이 되지 않을까 두렵다. 독자 여러분의 성원을 기대해 마지 않는다. 자주 박 여사와 만나 차라도 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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