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저축은행 퇴출 면하려 잔액증명서 100만배 뻥튀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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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신라저축은행이 퇴출을 막기 위해 액수가 100만 배 부풀려진 잔액증명서를 금융당국에 제출했다가 적발됐다.

 11일 금융감독원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신라저축은행은 최근 영업정지를 피하기 위해 금융당국 등에 ‘일본계 자금을 유치해 유상증자를 진행 중’이라고 신고했다. 일본계 투자사인 JK캐피탈이 2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는 거였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신라저축은행은 100억 엔(약 1132억원)이 들어 있는 일본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의 JK캐피탈 명의 계좌 잔액증명서를 제출했다. 신라저축은행은 지난달 영업정지될 예정이었지만 이 잔액증명서와 유상증자 계획을 내세워 시간을 끌었다.

 하지만 금감원 조사 결과 이 잔액증명서는 위조된 것이었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은 해당 증명서를 발급하지 않았다. 계좌에 들어 있는 돈도 10만원 정도에 불과했다. 퇴출을 피하기 위해 잔액에 0을 6개 더 붙여 위조한 것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조사를 해 보니 JK캐피탈의 실체가 불분명하고 재일동포인 투자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영업정지를 막기 위해 모든 부정한 수단을 동원한 것”이라고 밝혔다.

 신라저축은행은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해명했다. 신라저축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지 금융당국이나 법원으로부터 어떠한 통보도 받지 않았다”며 “회사 차원에서 한 것이 아니라 투자 의사를 표명한 JK캐피탈이 회사의 이름을 빌려 자의적으로 저지른 행동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신라저축은행에 대해 영업정지 결정을 내렸다. 신라저축은행의 증자 방안이 현실성이 떨어지는데다 대주주 비리도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인천에 기반을 둔 업계 8위 규모의 신라저축은행은 예금보험공사의 가교은행으로 흡수된다. 금융위에 따르면 신라저축은행에 5000만원 이상 예치한 고객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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