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억 주고 산 10층 빌딩 임대는 0 …‘하우스푸어’ 된 KPGA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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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호
스포츠부문 기자

한국프로골프협회(KPGA·회장 황성하)는 지난달 28일 대의원총회를 열고 이상한(?)안건을 승인했다. 그것은 ‘기채(起債)’ 승인이다. 대의원들이 나서 ‘협회가 상황에 따라 돈을 빌려 써도 된다’고 승낙한 것이다.

 KPGA는 2011년까지 7년6개월간 재직한 박삼구(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회장 임기 중 170억원 가까운 현금 자산을 확보했다. 매년 15억~20억원씩의 흑자가 모여 이룬 성과였다. 이랬던 KPGA가 1년여 만에 무슨 이유로 빚을 얻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일까.

 KPGA는 지난해 7월 현재의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에 ‘협회 회관’을 매입했다. 지상10층, 지하 4층(대지 794.9㎡, 건평 6810㎡)의 빌딩을 156억원을 주고 샀다. 중개 수수료와 세금 등을 합쳐 보유 자산의 거의 전액이 들어갔다.

 협회가 자신들의 회관용 빌딩을 매입한 것에 대해선 이의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누구도 함부로 사용할 수 없는 회원 상조기금과 장학기금까지 털어 무리하게 건물을 매입한 이유에 대해선 의혹의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더욱이 이 건물은 KPGA 사무국이 사용하고 있는 9, 10층 외에는 단 1개 점포도 분양 또는 임대가 되지 않았다. 주변 상황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상당 기간 만족할 만한 임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신임 황성하 회장은 “현 집행부는 빌딩 매입을 주도한 전 집행부의 회장직무대행과 전무이사 등 3명을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서울동부지검에 고소했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과거 회장직무대행 체제에서 임대가 전혀 되지 않은 건물을 무리하게 매입함으로써 KPGA에 엄청난 피해를 줬다”고 주장했다.

 건물 매입 당시 전 집행부 인사들은 계약금부터 중도금과 잔금 등 총 156억원을 불과 15일 만에 일사천리로 지불했다. 그런데도KPGA 전 집행부는 계약금 33억원을 지급할당시 대의원총회는 물론이고 이사회 결의도 받지 않았다. 계약서에 먼저 사인한 뒤 부랴부랴 이사회를 열어 사후 승인을 받았다.

 이처럼 절차상의 문제가 명백함에도 전 집행부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6000여 회원의 재산을 임의로 집행했는데도 법적 책임을 진 사람은 없다.

 KPGA에 비하면 한 국여자프로골프(KLPGA)는 잘나간다. 1988년 KPGA에서 분리 독립한 KLPGA는 현재 보유 자산이 176억원이나 된다. 올해는 총상금 144억원을 걸고 25개 대회를 치른다. 집안싸움 중인 KPGA는 올해 대회가 15개가 될까 말까다.

 알부자에서 한순간에 ‘하우스 푸어’로 전락한 KPGA가 회원들의 명예를 되찾고 재정난을 극복할 수 있을까. 검찰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최창호 스포츠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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