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창행 택한 철부지의 「작가수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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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시나리오」작가가 되기를 바라는 청년이 작가수업을 위해 제발로 「비둘기장」(감방의 은어) 안에 뛰어 들어 담당검사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그의 죄명은 강도미수.
가슴에 수감번호 2734호를 단 김기철(20·가명)군은 28일 하오 서울지검 백두현 검사의 조사를 받으면서 그만 앞뒤가 맞지 않는 범죄의 전부를 털어놨다. 범죄자를 소재로 한 작품 명 「탄생」을 쓰기 위해 감방의 생태를 몸소 체험하려한 것이 범행의 동기였다는 것.
지난 14일 밤 그는 서울역 앞 도동의 창녀촌에서 여인을 때려 누이고 전축을 훔쳐 달아나려 했대서 쇠고랑을 찼다.
○…『감방은 마치 온갖 범죄 수법을 배우는 양성소 같아요』 죄인치고는 너무 천진스럽게 김군은 검사가 묻지도 않는 말에 대꾸했다. 연인의 불륜에 격분하여 끝내 여인을 죽였다는 살인범에서부터 들치기, 소매치기, 쪽쟁이 등과 함께 그는 10여일 동안 『후회 없는 작가수업을 했다』고 뽐내기도 했다.
○…「시나리오」작가 이모씨의 조수로 꾸준히 습작을 해 왔다는 김군은 J대 국문과 중퇴생. 얼마 전에는 모 기관지에 소설 「선인장」을 연재했고 「시나리오」로는 「꿈」이란 작품을 썼다고 늘어놨다.
배우 최무룡씨의 신원보증도 있고 해서 담당 백 검사는 이날 이 「철부지 작가수업」에 대해 불기소 처분하려했으나 김군은 도리어 구속마감날인 5월3일까지 「비둘기장」수업을 마저 하겠다고 고집, 주의의 검사들을 웃겼다.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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