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식은 청소년에겐 '비추' … 키 안 크고 생리불순 불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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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는 일생에서 필요 칼로리량이 가장 많다. 비만인 아동이더라도 권장 섭취량의 500㎉ 이상 덜 먹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중앙포토]

식욕을 참는 건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하루 두 끼를 거르는 1일 1식법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는 건 그만큼 다이어트가 절실한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하지만 무턱대고 다이어트법을 선택하면 안 된다. 연령·상황에 맞게 다이어트를 해야 건강도 지키고, 요요현상을 막을 수 있다. 연령·유형별로 1일 1식의 한계와 보완해야 할 점을 소개한다.

청소년은 높은 열량 섭취 필요

청소년기에는 성인기보다 필요 열량이 더 많다(남자 고등학생 권장섭취량 하루 2700㎉).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아이들은 워낙 대사가 빠르고, 성장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일 1식으로는 절대 권장량을 섭취할 수 없다. 강 교수는 “청소년이 만약 1일 1식을 한다면 키 성장이 어려울 수 있다. 여자아이의 경우 생리불순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시기는 세끼를 권장 열량만큼 먹되, 군것질을 줄여야 한다. 강 교수는 “과자·빵·아이스크림·주스의 공통점은 열량이 높은데 단백질이나 식이섬유가 없다는 것”이라며 “자연히 밥맛이 없어져 끼니를 거르고, 이는 치킨·피자 등 고열량 음식의 폭식으로 이어져 살이 찐다”고 말했다. 군것질을 한 달만 끊어도 한 달 1~2㎏이 빠진다는 게 강 교수의 설명이다. 먹는 걸 크게 줄이지 않는 대신 운동량을 늘리는 게 성장기에 맞는 다이어트법이다.

20~30대, 칼슘·단백질 부족하기 쉬워

20~30대 역시 1일 1식 다이어트법이 적합하지 않다. 특히 여성은 40대 초반부터 골밀도가 1년에 3~5%씩 떨어지므로 20대 초반에 골밀도를 최상으로 올려놓아야 한다. 그런데 1일 1식으로는 칼슘 섭취를 제대로 할 수 없다. 기본 뼈대가 부실하면 40대 전에 골다공증이 생길 수 있다.

또 1일 1식을 강행할 경우 위염·변비도 생길 수 있다. 순천향대병원 가정의학과 유병욱 교수는 “하루 세 끼 들어오던 음식이 안 들어오면 밥 먹을 시간에 위산이 분비된다. 이 때문에 1일 1식을 하는 사람은 대부분 위염이 생긴다. 위염이 계속되면 위궤양이나 위암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식이섬유 섭취다.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특히 20~30대 여성은 대장운동 능력이 떨어지기 쉽다. 하루 충분량의 식이섬유가 들어오지 않으면 만성변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젊은 남성도 부작용이 우려된다. 우선 저녁 술자리가 많은데, 1식을 할 경우 폭식으로 이어지기 쉽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는 “보통 1식을 하는 분이 저녁 식사 한 끼만 하는데, 아침과 점심은 먹은 칼로리의 대부분을 소비하지만 저녁은 거의 소비를 못한다는 논문이 여럿 있다. 특히 술자리에서 칼로리는 모두 뱃살로 간다”고 말했다. 또 남성은 근육량이 많아 여성(하루50g)보다 더 많은 단백질(하루 70g)을 필요로 한다. 하루 한 끼로는 그만큼의 단백질을 섭취할 수 없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유 교수는 또 “단백질은 머리카락 등 몸의 주요 구성 성분이기 때문에 1일 1식을 하면 탈모·손톱 부러짐과 피부가 거칠어지는 등의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50~60대는 단백질 더 많이 섭취해야

50~60대부터는 기초대사량이 크게 떨어진다. 하루 필요한 열량도 500~700㎉ 이상 줄어든다(50대는 2000~2300㎉·75세 이상은 1500~1800㎉). 때문에 칼로리 섭취를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하루 한끼 식사는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리셋클리닉 박용우 원장(가정의학과 전문의)는 “특히 60~70세가 넘으면 밥맛도 없고 소화가 잘 안 된다고 한끼만 드시는 분이 있는데, 단백질 섭취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노인은 활동량이 줄어 에너지 급원인 탄수화물이나 지방은 덜 필요하다. 하지만 단백질은 몸을 지탱해주는 구성 요소인데다가 각종 호르몬을 만들기 때문에 줄여서는 안 된다. 특히 노령에서는 단백질 소화에 필요한 효소나 호르몬 분비가 줄고 위의 소화운동력도 떨어진다. 또 치아가 부실해 단백질을 한번에 많이 먹을 수 없다. 때문에 하루 세끼로 나눠 단백질을 섭취해 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강 교수도 “단백질은 노년층 체력 유지와 수명 연장에 핵심 성분”이라고 말했다. 박 원장은 “50대 이전까지는 몸무게 ㎏당 0.8g정도의 단백질을 섭취하면 되지만 노년층에선 몸무게 ㎏당 1~1.2g정도의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며 “노년층은 탄수화물과 지방 섭취를 줄여 총 칼로리 섭취를 줄이고 콩·두부·살코기·흰살생선 등의 섭취 비율을 늘려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는 다이어트법을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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