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율 9%, 28% … 텅 빈 외투단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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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화성시 장안면의 장안2외국인투자단지가 입주기업이 없어 텅텅 비어 있다. [오종택 기자]

경기도 화성시 장안면 수촌리 입구에는 허허벌판이 펼쳐져 있다. 경기도가 8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2010년 조성한 장안2외국인투자전용산업단지다. 부지 규모만 36만8900여㎡에 달하지만 현재까지 입주한 기업은 일본 덴소풍성사 등 4개사(임대율 28.2%)뿐이다.

 2010년 경기 평택시 오성면 양교리 일대에 820억원을 들여 만들어진 오성단지는 더 심각하다. 전체 35만3900여㎡의 땅 중 90%가 빈터다. 일본 브이텍스(주) 등 4개사(3만3900㎡)만 계약했다. 입주율이 9.6%다.

 외국계 첨단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조성된 외국인투자단지의 현주소다. 입주업체에는 임대료와 세금 등을 감면하는 등 다양한 혜택을 주는데도 들어오는 기업이 없다. 산업단지관리공단에 따르면 전국에 조성된 외국인투자단지는 모두 17곳이다. 본지 조사결과 기업들의 입주가 100% 마감된 단지는 충남 인주(16만5000㎡) 한 곳뿐이었다.

 이처럼 외국인투자단지의 입주가 저조한 원인은 2008년부터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인투자단지 17곳 가운데 분양률 90%가 넘는 단지들은 대부분 2008년 이전에 조성됐다. 경북 포항시 관계자는 “유치설명회 등을 열어도 오겠다는 기업이 없다”고 했다.

 임대 위주의 분양 방식도 문제로 꼽힌다. 외국인투자단지의 경우 50년간 임대가 가능하다. 그러나 많은 기업은 부지를 매입하길 원한다. 하지만 ‘단지 내 모든 기업이 찬성해야 가능하다’는 외국인투자지역운영지침으로 인해 부지 매매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 기업 관계자는 “건물만 기업 소유다 보니 대출은 물론이고 건물을 팔고 이주하는 것도 어려워 외국인단지 입주를 꺼린다”고 했다. 광주광역시 평동단지의 경우 전체 61개 기업 중 2개 기업의 반대로 부지 매매가 실패하자 입주업체 간 내부갈등까지 생겼다. 이에 광주시는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에 운영지침 개정을 요구한 상태다.

 당장 피해를 보는 것은 근로자들이다. 투자단지가 썰렁하다 보니 주변에 식당은 물론 병원이나 상점 등 생활시설도 부족한 상태다. 버스 등 대중교통이 들어오지 않는 곳도 있다. 화성 장안1단지에서 근무하는 최보라(29·여)씨는 “ 비품 사러 가는 데만 차로 10분 이상 나가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글=최모란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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