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이어 폰뱅킹도 뚫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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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최근 발생한 현금카드 위.변조 사건에 이어 폰뱅킹(전화를 이용한 금융거래)으로 억대의 돈이 불법 인출돼 은행 이용자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이번 사건이 은행안전시스템에 대한 해킹이나 은행 직원의 도움으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날 경우 파장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28일 전남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따르면 지난 2~4일 사이에 진모(57.부동산 임대업.광주시 동구)씨의 국민은행 광주지점 계좌에서 일곱차례에 걸쳐 폰뱅킹으로 1억2천8백2만원이 빠져나갔다.

진씨는 지난 4일 오전 10시쯤 현금카드로 돈을 찾으려다 자신의 예금이 불법 인출된 사실을 확인, 경찰에 신고했다.

◇수법=범인은 지난 2일과 3일 두차례에 걸쳐 서울 중구 명동2가 환전상 權모(65.여)씨에게서 미화 7만5천달러를 구입하면서 폰뱅킹으로 진씨의 계좌에서 현금 9천만원을 인출했다.

범인은 權씨의 휴대전화를 빌려 폰뱅킹을 하면서 환전상 權씨의 계좌로 현금을 직접 이체하는 등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범인은 4일 명동2가 상품권 판매상 임모(45)씨에게 10만원권 상품권 3백장을 구매하면서 같은 수법으로 대금 2천8백50만원을 임씨 계좌에 입금시켰다. 범인은 이날 또 다른 상품권 판매상 임모씨에게도 9백52만원을 폰뱅킹으로 입금시키고 상품권 1백장을 손에 넣었다.

수사 결과 범인은 폰뱅킹을 하면서 은행 콜센터 직원과 1회 인출 한도액을 문의하는 전화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인은 지난해 12월 31일 서울역 인근 모 은행지점에 여장(女裝)을 하고 나타나 주모(35.여)씨 명의로 통장을 개설하려다 이를 수상히 여긴 직원의 신고로 실패했다.

◇수사=경찰은 범인이 진씨의 비밀번호 등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던 점 등에 비춰 ▶피해자 주변 인물▶은행 직원과의 공모▶은행시스템에 대한 해킹 등의 가능성에 대해 수사 중이다.

특히 ▶사용자 번호▶비밀번호▶개인별 승인번호▶계좌번호▶계좌 비밀번호 등을 알아내려면 해킹 전문가나 도청 전문가 등의 도움이 필요해 2인 이상의 조직 범죄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범인이 은행 직원과 통화한 녹음 테이프와 환전상.상품권 판매상 등 목격자들의 진술 등에 따라 30대 중반인 용의자를 추적 중이다.

한편 대전시내 국민은행의 한 지점에서도 폰뱅킹을 통해 현금이 유출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8일 대전 둔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전 2~6시 사이 국민은행 탄방동지점 金모(36)씨의 계좌에서 세차례에 걸쳐 2백83만원이 기업은행 高모씨 계좌로 이체된 것을 金씨가 지난 25일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조사 결과 金씨의 돈은 같은 날(17일) 오전 8시 충남 천안시 모 할인마트 현금지급기에서 전액 인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돈이 이체된 高씨의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방지책=폰뱅킹은 현금카드와 달리 전용 비밀번호.보안카드.통장 계좌 비밀번호 등 여러 단계의 보호장치를 갖추고 있다. 이 중 하나만 틀려도 자금 인출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같은 보안장치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전화번호를 누르는 장면을 유심히 살필 경우 각종 비밀번호를 알아낼 수 있고, 보안카드 비밀번호 역시 카드를 입수할 경우 얼마든지 복사가 가능하다. 은행 직원의 도움이 있어도 범행은 가능하다.

결국 사용자의 철저한 보안 관리가 최고의 방책이다.

광주=천창환 기자, 대전=김방현 기자, 주정완 기자<chunc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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