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혼인 파탄 후 몰래 빼돌린 재산도 분할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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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결심 후 가장 큰 고민은 ‘재산 빼돌리기 혹은 재산 은닉’인 듯 하다. 이혼상담을 할 때면 늘 당사자들로부터 받는 질문이 “지금 통장에 있는 돈을 모두 인출해버릴까요?” 혹은 “부동산 명의를 다른 사람으로 바꿔도 되나요?” 등이니 말이다. 하기는 혼인이 파탄 난 마당에 재산이라도 더 차지해야 분이 풀리지 이마저도 공평하게 나눈다면 왠지 더 억울할 것 같은 당사자들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런데 문제는 위와 같이 이혼 직전 금융계좌에서 돈을 인출하거나 부동산을 처분한 경우 과연 이것이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돼 그만큼 이득을 얻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꼭 그렇지만은 않다. 법원은 원칙적으로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시를 재산분할의 기준시점으로 보면서도 예외적으로 부부가 혼인기간 동안 쌍방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 중 파탄시점을 기준으로 보유하고 있던 재산은 분할대상 재산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즉 법원은 혼인파탄 이후 어느 한쪽이 금융계좌에서 돈을 인출하거나 부동산을 처분한 경우에는 그 용도가 생활비나 양육비, 부부공동재산의 형성, 유지비용 등으로 사용됐음이 밝혀진 경우 외에는 인출금이나 부동산 처분대금을 그대로 보유한 것으로 처리하고 있다.

물론 운 좋게도 원래 상대방이 잘 알지 못하는 비상금 혹은 애초부터 제3자 명의로 명의신탁된 재산이어서 탄로나지 않는 경우라면 이는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돼 독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법원은 이혼소송이 시작되면 당사자에게 재산상태를 구체적으로 밝힌 재산목록을 제출하도록 명하고 있고 위 재산명시 대상 당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재산목록의 제출을 거부하거나 거짓 재산목록을 제출할 경우 사실상의 불이익 혹은 과태료까지 부과할 수 있으니 조심할 일이다. 또 이혼 소송 당사자의 경우 상대방의 금융자료를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는 해당 금융기관 등을 지정해 사실조회를 신청할 수 있고 그러한 경우 각 금융기관은 법원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게 된다는 점 역시 명심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필자도 진행중인 이혼소송 대부분의 경우 재판초기에 상대방의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예금·보험·주식보유현황은 물론 부동산·사업소득·급여 및 퇴직금·자동차 소유권까지 각 기관을 지정해 사실조회를 신청해 재산이 빠짐없이 드러날 수 있도록 하여 미처 알지 못했던 상대방의 재산을 밝히는 횡재(?)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혼인 중 형성된 재산이라도 쌍방의 노력으로 취득한 재산이 아닌 일방의 노력만으로 취득한 재산이거나, 파탄된 이후 형성된 재산인 경우라면 당연히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돼야 할 것이다.

유유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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