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탄생 신비 풀 암흑물질 단서 찾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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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우주정거장(ISS)에 설치된 알파자기분광계(AMS)가 우주 생성의 비밀을 밝혀 줄 ‘암흑물질(Dark Matter)’의 흔적을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AMS는 세계에서 가장 정밀한 입자 물리 분광계로 2011년 ISS 외부에 설치됐다. [AP=뉴시스]

‘어둠’ 속에 숨어 있던 암흑물질(Dark Matter)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BBC 등 외신은 3일(현지시간)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알파자기분광계(AMS)를 운영 중인 연구진이 사상 처음으로 암흑물질의 단서를 찾았다고 전했다. 암흑물질은 우주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직 그 실체가 밝혀지지 않은 물질이다. 흔히 ‘우주 최대 미스터리’ 중 하나로 꼽힌다.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스위스 국경에 위치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연구진은 이날 “AMS가 2011년 우주정거장 설치 후 약 1년반 동안 약 40만 개의 양전자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양전자는 전자의 ‘반(反)물질’이다. 질량·전기량 등은 전자와 같지만 전기 성질은 양(+)으로 반대다. 연구진은 이 양전자가 암흑물질로부터 왔을 것으로 추정했다. 암흑물질의 유력한 후보는 일반 물질과 ‘약한 상호작용을 하는 무거운 입자(WIMP)’다. WIMP 역시 물질·반물질 쌍으로 이뤄져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물질과 반물질이 만나면 빛(에너지)을 내며 함께 소멸하는데, WIMP 입자의 쌍소멸 때 나온 양전자 일부가 AMS의 전자석에 포착됐을 것이란 게 연구진의 추측이다.

 근거는 두 가지다. 첫째는 양전자가 발견된 에너지대가 연구진이 예상한 암흑물질 쌍소멸 에너지대와 일치한다. 둘째는 양전자가 날아온 방향이다. 양전자는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중성자별(펄사)에서도 방출된다. AMS에 포착된 양전자가 이런 별에서 날아온 것이라면 방향이 일정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 남은 양전자의 흔적은 일정한 방향성 없이 제각각이었다.

 AMS가 암흑물질의 단서를 발견했다는 소식에 세계 과학계는 환호했다. 여태껏 풀리지 않던 미스터리가 풀릴지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1976년 노벨상 수상자이자 AMS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미 MIT대의 사무엘 팅 교수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좀 더 연구를 진행해 모든 게 확실해진 뒤 (정식) 논문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계는 암흑물질의 정확한 정체가 확인되는 데 수년 정도의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한별 기자

◆암흑물질=말 그대로 정체를 모르는 물질을 가리킨다. 최근 유럽우주국(ESA) 막스플랑크 우주망원경 관측 결과에 따르면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 중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 물질은 4.9%뿐이다. 암흑물질이 26.8%, 정체를 알 수 없는 암흑에너지가 68.3%를 차지한다(물질과 에너지는 상호변환). 정체도 모르는 암흑물질이 존재한다고 믿는 이유는 중력 때문이다. 망원경으로 우주를 관측해 보면 은하의 중심을 도는 별들의 속도는 일정하다. 이는 중심으로부터 멀어질수록 공전 속도가 느려지는 중력 법칙과 어긋난다. 망원경에 관측되지 않는 미지의 물질(암흑물질)이 있어서 별들을 당기고 있을 것이란 게 과학자들의 추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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