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심술 … 주말 강풍에 굵은 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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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봄꽃을 시샘하듯 날씨가 심술을 부릴 모양이다. 꽃망울을 한껏 터뜨린 벚꽃이 빠른 속도로 북상 중이다. 그런데 이번 주말과 휴일, 강풍과 호우가 전국을 휩쓸 전망이다. 자칫 봄꽃 축제를 망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기상청은 3일 주간 예보를 통해 “저기압의 영향으로 주말인 6일부터 일요일인 7일 오전 사이에 전국에 비가 오겠고 바람도 강하게 불겠다”며 “6일 낮부터는 일시적으로 기온도 떨어져 쌀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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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주말 한반도 남부지방을 지나가는 저기압은 중심기압이 6일 오후 990h㎩(헥토파스칼) 이하로 떨어지고, 동해안으로 빠져나가는 7일 오전에는 970h㎩로 세력이 발달할 것으로 기상청은 예상하고 있다. 저기압은 중심기압이 낮을수록 기압 기울기가 심해져 주변에선 강한 바람이 불게 된다. 지난해 8월 30일 제14호 태풍 ‘덴빈’이 제주도 서쪽 부근을 지날 무렵 중심기압이 980h㎩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 웬만한 태풍이 하나 지나가는 셈이다.

 민간 기상업체인 케이웨더의 반기성 예보센터장은 “전국적으로 초속 15m 이상, 해안과 산지에서는 초속 30m가 넘는 강풍이 불 가능성이 있고, 동해안에서는 해일 피해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초속 17m를 넘는 강풍을 통상 ‘태풍급’이라고 부른다.

 저기압이 남서쪽에서 북동 방향으로 관통하는 과정에서 북쪽에서는 찬 공기가 내려오고 남서쪽에서는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들어와 충돌하면서 전국적으로 봄비 치고는 많은 30~80㎜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남해안과 지리산 부근, 제주 산간 등지에는 최고 120㎜가 넘는 호우가 내릴 가능성도 있다. 찬 공기가 내려오고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중부 산간지방에는 7일 아침 비가 눈으로 바뀌어 내리는 곳도 있을 전망이다.

 서울 지역은 5일 낮 기온이 20도까지 올라가지만 6일 낮 기온은 10도로 뚝 떨어지고 7일 아침에는 영상 2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기상청은 예상했다. 이번 ‘꽃샘추위’는 다음 주 중반께 풀릴 것으로 보인다.

 ◆유럽·북미 추위 몸살=유럽과 북미 지역에서도 추위와 폭설로 봄이 실종됐다. 프랑스 북부 지역은 기상 관측 이래 3월 하순 기온으로는 사상 최저 기온을 기록했다. 폴란드에서는 지난달 말 30㎝가 넘는 폭설이 내려 도로가 마비되고 정전으로 시민들이 추위에 떨었다.

 미국 중·동부 지역에서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간) 폭설로 항공편이 취소되고 워싱턴DC 등지에선 정전 피해가 잇따랐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3일(한국시간) “캐나다와 미국 북동부, 유럽과 시베리아 지역의 3월 기온이 예년에 비해 크게 낮았다”며 “북극진동의 값이 2월부터 계속 음의 값을 나타내면서 북극의 찬 공기가 남쪽으로 내려온 것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북극진동(AO)은 북극지방과 북반구 중위도 지방 사이의 기압 차이를 나타내는 수치로 AO값이 음의 값을 나타내면 기압 차이가 줄었다는 의미다. 기압 차이가 줄면 북위 50~60도에서 극지방을 에워싸고 도는 제트기류가 약해지고, 갇혀 있던 북극지방의 찬 공기가 남쪽으로 내려와 북반구의 기온이 떨어진다.

 극지연구소 김백민 박사는 “북미나 동유럽 같은 위도가 높은 지역은 북극진동의 영향을 직접 받고 있으나 그나마 한반도는 위도가 낮아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고 있다”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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